국세청 "종부세는 고귀한 의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동에 사는 조모(63)씨는 요즘 들어 한숨이 부쩍 늘었다. 30년 가까이 살았던 빌라가 최근 아파트로 재건축되면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

국세청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란 달콤한 말로 종부세 납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퇴직 후 연금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조씨에게 종부세는 던져버리고 싶은 '무거운 짐'일 뿐이다.

그는 "남들은 강남에 사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니냐고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라며 "양도세가 무서워 이사도 못가고 갑자기 올라버린 집값 때문에 종부세까지 내라고 하니 걱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세청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역모기지론을 통한 종부세 납부제 신설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마련, 재정경제부에 건의한 바 있다.

국세청은 역모기지론을 통한 종부세 납부제 신설을 통해 만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주택을 담보로 노후생활자금을 연금형식으로 지급 받으면 그것으로 종부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국세청은 올해 종부세 대상자로 추산하고 있는 35만명 가운데 이 같은 은퇴자들이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23일 "강남에 6억원이 넘는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세금 낼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갑자기 사업이 망했다거나 집만 있는 은퇴자들은 종부세가 다소 부담 되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부세 납부의무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귀한 의무"라며 "종부세 납세자는 사회유지 비용을 세금의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측면에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은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종부세 신고.납부에 앞서 해당 납세자들에게 세액이 기재된 안내서를 다음주중에 발송키로 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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