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땀 흘려 가스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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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끝없는 망망대해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힘들고 외롭기도 하지만 세계 에너지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서 320㎞ 떨어진 남지나해 바다 위에 건설된 롱도이 해상가스전에는 해외자원 개발의 선봉에 선 22명의 한국인들이 근무한다. 이들은 수심 80m 해상에 파이프를 박아 건설한 가로 66m, 세로 33m 크기의 플랫폼(해상 가스생산시설) 위 한켠에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다.

붕따우 시내에서 18인승 중형 헬기로 1시간 30여 분을 날아가야 하는 이곳은 시추에서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해낸 첫 해외 가스전이다. <11월 18일자 12면 참조>

17일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 이곳 현장을 지휘하는 이승국 석유공사 베트남 사무소 개발팀장(45.사진)은 롱도이 가스전탐사 개발의 주역이다.

이 팀장은 "서울시 면적의 2배 이상 되는 광대한 해상 광구에서 경제성 있는 가스전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가스가 뿜어져 나올때 느끼는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95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8년여 동안 베트남에 파견돼 롱도이 가스전의 매입부터 시추.개발은 물론 가스 매매와 수송계약 체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관리.감독해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생산 기념식에서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공기업의 평직원이 산업훈장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석유공사의 석유개발 사업 분야에서 줄곧 일해오면서 국내 대륙붕 시추 작업에도 참여했던 손꼽히는 유전 개발 전문가다.

이 팀장은 롱도이 가스전 개발 성공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베트남 정부의 가스전 개발 국제경쟁입찰에서 호주의 BHP사에 밀려 가스 매장 여부가 불투명했던 이곳을 배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호주가 맡은 광구에서는 가스가 나오지 않았고, 이곳에선 숱한 시행착오 끝에 가스가 터져나오는 '대박'을 떠뜨리게 됐다.

이 팀장은 "베트남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해외 자원개발 무대에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현장에서 일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현대중공업 등에서 파견 나온 22명의 한국인 직원들은 외국 시추전문가들과 함께 4주 단위로 플랫폼에서 교대근무를 하며 오늘도 자원입국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베트남 롱도이=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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