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특구로 변신한 중국의 공장지대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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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베이징 외곽의 따산즈 798지구 거리. 오래된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 양쪽으로 세련된 간판이 달린 갤러리가 줄지어 있다. 첫 번째 갤러리인 '갤러리 798'에 들어가니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난다. 천장엔 '위대한 마오쩌둥 주석 만만세 만만세'라는 옛 구호가 희미한 흔적처럼 남아있고, 바닥엔 공장의 프레스 기계와 환풍기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중국 군인을 장난감 레고 인형처럼 그린 센진동 등 중국의 젊은 작가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을 찾은 대학생 리우준(23)은 "미술을 전공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편이다. 이곳에 오면 중국의 젊은 작가뿐만 아니라 세계의 작가들을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① 따산즈 798지구 거리의 공장 건물에 갤러리·북숍·카페 등이 들어섰다. ② 따산즈 798지구에 있는 ‘798 갤러리’에서 중국의 젊은작가 전이 열리고 있다. 작품들 앞에 공장의 프레스 기계가 함께 놓여있다. ③차오창 지구에 들어선 pkm갤러리의 개관전 전시작인 프랭크 벤슨의 ‘백조 병’.

따산즈 798 지구는 이처럼 공장 지대에 들어선 예술특구다. 과거 군수산업이 쇠퇴하면서 덩그러니 남은 빈 공장에 90년대부터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제는 외국의 갤러리와 작가의 작업실이 속속 들어서 전 세계의 콜렉터.전시관계자.관람객이 드나드는 명소가 됐다.

술창고였던 지우창 지구 역시 또 다른 예술특구가 됐다. 이곳에는 한국의 아라리오 갤러리.표갤러리 등이 진출해 중국미술과 외국의 현대미술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중국을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에 세워 놓으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베이징시는 예술지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올해 초 세 번째 예술특구를 지정했다. 지우창 지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차오창 지구다. 이곳에는 스위스의 얼스마일 갤러리 등 외국 갤러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기존의 따산즈 798지구와 지우창 지구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곳이라면, 이곳은 베이징시가 작정하고 만든 예술지구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도 세련되고 거리도 깔끔하다.

한국의 pkm 갤러리가 18일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pkm 갤러리는 개관전으로 '뉴욕, 인터럽티드'전을 마련했다. 2006 타이베이 비엔날레 총감독인 댄 캐머론이 기획하고 뉴욕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다. 아시아 미술을 넘어 세계 미술을 한국의 갤러리가 선도하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중국은 세계 미술의 새로운 중심이다. 우리 미술뿐만 아니라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곳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갤러리.아트사이드 등 국내의 다른 갤러리들도 차오창 지구 진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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