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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인구 37만 명 늘었다’…중국인 몰려든 살기 좋은 도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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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점포를 하나 열어도 유동 인구가 많아야 장사가 된다.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 활력을 높이는 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상주(생활) 인구수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입된 도시는 어디일까?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2년 중국(전국) 상주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의 상주인구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광둥성의 상주인구는 1억 265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97%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산둥성과 허난성이 각각 1억 162만 명, 9872만 명으로 집계됐다.

광둥성 선전시의 도시 풍경. 사진 셔터스톡

광둥성 선전시의 도시 풍경. 사진 셔터스톡

상주인구 수가 증가한 지역은 총 17곳이다. 그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곳은 저장(浙江)성이다. 지난해 저장성에는 37만 명의 상주인구가 유입됐다. 안후이(安徽省)성, 후베이(湖北)성, 장시(江西)성, 광시(廣西)성, 장쑤(江蘇)성에도 10만 명 이상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을 포함한 12개 성의 상주인구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특히 랴오닝성의 상주인구는 32만 4000명이 감소했다.

쩡강(曾刚) 화동사범대 도시발전연구원장은 중국 매체 시대주보(时代周报)와의 인터뷰에서 "동북 지역의 인구 전출 현상은 지속하는 추세"라며 "원인은 일자리, 경제 활성화, 공공 서비스, 인프라, 노후 보장 등 도시 경제 발전 수준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저장성, 2년 연속 '인구 증가율' 1위인 이유?

저장성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바로 저장성 개혁(공동부유 시험지구)의 열띤 분위기, 민간 경제의 발달, 급속한 투자 증가와 관련 있다. 저장성은 대졸자의 창업을 위해 정착(호적) 제한을 완화하고, 생활 보조금, 주택임대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창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창업자금도 10~50만 위안(약 1892~9460만 원) 제공한다. 또 항저우만(杭州湾) 경제구를 중심으로 한 거대 산업 벨트인 저장다완취(浙江大湾区) 건설, 디지털 경제 발전 등이 저장성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업과 인재의 기대를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저장대학 인구개발연구소의 야오잉메이(姚引妹) 부교수는 시대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저우는 디지털 경제 1위 도시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고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IT, 집적회로 등 신흥산업 융합클러스터가 발전함에 따라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고급 인재가 몰려듦에 따라 청년 세대의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며 "고급 인재의 유입이 저장 경제와 사회를 재구성하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저장성. 사진 셔터스톡

저장성. 사진 셔터스톡

특히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의 상주인구가 17만 2000명 증가하며 성 전체 증가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저우는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抗)’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살기 좋은 지역으로 유명했다. 저장인들의 기질도 주목할 만하다. 저장 상인은 예로부터 중국의 유대인으로 통했다. ‘시장이 있으면 저장(浙江)상인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 저장 사람들은 고생을 참고 견디는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모험, 개척, 외부세계로의 진출을 선호하고 시장 경제의 기회를 포착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내로라하는 기업도 많다. 항저우에는 알리바바그룹, 앤트그룹, 하이크비전(딥러닝)을 비롯해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한 상장 기업 43개 사, 유니콘 기업 37개 사, 매출액이 100억 위안 이상인 기업이 5곳에 이른다.

저장성 외에도 상주인구가 증가한 안후이성의 경우 장강삼각주의 고품질 통합, 중부 지역의 부상, 장강 경제 벨트 등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이 진행 중이다. 안후이의 경우 허페이의 인구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허페이는 장강 삼각주 핵심 도시로써 직업 기술 교육, 교통 및 기타 기반 시설 개선, 건설 토지 공급 등 허페이 산업의 발전과 고용 인구 흡수에 중요한 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 3성은 계속 퇴보, 젊은 세대에게 매력도 떨어져 

인구가 유출되는 지역도 많다. 특히 동북 3성으로 불리는 랴오닝·헤이룽장(黑龍江)·지린성은 인구 자연 증가율이 각각 -4.96%, -5.75%, -4.07%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이 지역은 출생 인구가 계속 감소함에 따라 인구 유출 추세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데 이는 곧 결혼, 출산을 앞둔 젊은 세대가 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석탄 자원이 풍부해 번성했던 동부 탄광 도시 허강(鹤岗)도 ‘자원 고갈형 도시’로 인식되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지역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인구 유출은 곧 부동산 침체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공공관리 서비스 낙후, 민간투자 부족, 대외협력 약화도 인구 유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동북 지역은 외국인 투자유치 강도와 수준이 전국 평균보다 낮고, 전통 국유 경제 비중이 높다. 다시 말해 젊은 인재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여건이 제한적이다.

헤이룽장의 성도 하얼빈의 도시 풍경. 사진 셔터스톡

헤이룽장의 성도 하얼빈의 도시 풍경.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호적 인구 1위인 허난성도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허난성의 상주인구는 9872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만 명 감소했다. 허난성의 경우 중국의 대표 농업 지역으로 대부분의 인력이 농업 및 축산과 같은 노동 집약적 산업에 종사해왔다. 개혁개방에서도 소외돼 중국인들 사이에서 '허난성은 궁핍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해 1월에는 후베이성 당국이 "허난성 출신자는 선발하지 말 것'이라는 채용 지침을 내리며 허난성에 대한 지역 차별과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쩡강은 허난성의 인구 정책에 대해 "허난성 각급 정부가 비즈니스 환경을 최적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기존 산업 업그레이드 및 신흥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더 나은 조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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