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기밀문건 유출 '일병'에 간첩법 적용..."최대 수백년형도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13일(현지시간) 체포된 주 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21)에 대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수십 년형의 중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는 체포됐지만, 기밀정보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어 미 정부가 대책 마련에 시급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테세이라를 간첩법(Espionage Act,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3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에서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3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에서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AP=뉴시스

미 연방법 18편 793조에 해당하는 이 법(1917년 발효)은 미국 정부에 해를 끼치거나 위해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방 기밀문서를 무단으로 반출·소지·전파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테세이라가 온라인 비공개 대화방에 기밀문건을 올린 혐의도 해당된다.

이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나오면 유출된 문건 1건당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현재까지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이 최소 수십 건으로 확인된 만큼, 단순 계산하면 수백 년형을 받는 것도 가능하단 얘기다. 실제로는 수십 년 중형을 받고 옥살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에 유포된 미국의 기밀문건 중 한국 관련 문서. 김필규 특파원

온라인에 유포된 미국의 기밀문건 중 한국 관련 문서. 김필규 특파원

지난 2010년 이라크 전쟁 문건 등을 폭로한 위키리크스(wikiLeaks, 기밀·비리 폭로사이트)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2013년 국가안보국(NSA) 문건을 언론에 유출한 에드워드 스노든 역시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며 관련 기소 건수가 느는 추세란 게 미 언론의 설명이다. 다만 간첩법에 대해선 "그 대상 범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 문제가 많다"(가디언)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이날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매사추세츠주(州) 노스다이튼의 테세이라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현재 FBI는 추가 증거를 수집 중이며, 배후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그간 미 수사당국은 여러 '디지털 흔적'을 단서 삼아 용의자를 좁혀왔다.

공군 정보비행단 소속 일병(A1C) 테세이라는 사이버 운송 시스템 저니맨(journeyman)으로, 군사 통신 네트워크용 케이블 관리 등을 해왔다. 미국 국방부의 보안 인트라넷 시스템인 '합동 범세계 정보 통신체계'(JWICS)를 통해 1급 기밀(top secret)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접근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테세이라는 14일 매사추세츠주 연방 지방법원(보스턴 소재)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밟게 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美 기밀문건 관리 체계 바꿔야” 한목소리

한편 일병에 불과한 테세이라가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 기밀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YT는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급 장성은 수백명에 이르는데, 실제로는 부하직원과 하급 장교 등도 접근할 수 있어 국방부 내에서만 최소 수천 명이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급보다 보안 수준이 낮은 2급 비밀(secret)의 경우 국방부는 물론 안보 관련 기관 직원이라면 대부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테세이라와 같은 일병조차 1급 기밀을 볼 수 있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비가 시급하단 설명이다.

미 정부 자료에 따르면, 1급 비밀 접근 권한을 가진 인원은 정부 소속 60만5579명(2019년 기준)을 포함해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인원 47만2586명과 기타 17만3803명 등 무려 125만195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비판 속에 미 국방부가 1급 기밀이 담긴 일일 브리핑을 받는 정부 당국자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CNN은 "국방부가 군 소속이 아닌 다른 정부기관 당국자 상당수를 배포 리스트에서 지웠다"고 전했다. 다만 확고한 지침이 나왔다기보다는 일시적 조치일 수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