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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尹 방미 앞두고 미안한 기색...도감청 확정할 단서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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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 판단에 따르면 도·감청이 있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측은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이같은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며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기밀문건 유출 사건으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대한 도·감청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악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행동을 미국 측이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 당국자는 "제가 아는 지식에서 공개된 (기밀) 자료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단이 한국 정부 판단인지 미국의 해명에 근거한 것인지 묻자 "미국이 현재 사안을 조사 중이어서 조사가 끝난 뒤 확실하게 설명할 것이고, 우리도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어떤 것도 확정해서 미국의 행동이라고 드러난 게 없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매사추세츠주(州) 방위군 소속 21세 군인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문서 유출이 내부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당국자는 "많은 부분은 시간이 걸려 미국이 알아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미관계와 관련돼 오픈된 내용이 분량이 많지 않지만,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많고 또 시간상으로도 꽤 흘러가서 지금 현재의 한미관계와 관계가 없는 추세이고, 그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미 간 정보 공유라든지,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있어서 신뢰 관계는 확고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우리에게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악의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은 미국이 안 한 것 같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악의적인 도·감청'이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도·감청을 포함해 한국이 볼 때 불편하게 느낄만한 악의적 행동은 하나도 드러난 게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면서 본뜻과 다르게 보도된 것 같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정보활동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은 어느 나라나 있다. 우리나라도 누구에 대해 그런 활동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판단한 바에 의하면 미국이 우리를 도·감청 했다고 확정할만한 단서가 없다"면서 "그래서 현재까지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거로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문서 유출 사건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을 "제가 만난 많은 상대방은 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또 미안한 기색도 역력하고 최선을 다해 중간중간에 공유하겠다고 약속도 하고, 동맹에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정말로 한국에 대해 잘하고 싶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도·감청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 당국자는 "사실관계를 떠나 동맹 관계가 훼손될 수 있는 여러 오해가 난무하고,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대통령을 모시겠다고 국빈으로 초청했는데 한국에서 왈가왈부하는 분위기가 있으니 미국은 그게 곤혹스럽다는 표현"이라고 답했다.

미국 측이 곤혹스러워하고 누를 범했다고 표현한 것은 도·감청 시인이 아니라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이해했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정상회담 시작도 안 했는데 한국 내에서 여러 사전적인 평가가 오가는 것, 또 동맹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건 관련 내용은 그들도 아직 확정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사이버안보 협력에 대한 별도 문건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사이버 안보에 있어서 신뢰를 재확인하고 양국이 믿을 수 있는 정보 공유와 생산, 분석, 활용에서 신뢰를 재구축하는 조치를 담은 포괄적 문서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문제가 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미국과 특수관계여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탄약은 얼마든지 한미관계 차원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문제"라면서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난 수개월 동안 한미 양국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결정하고 또 필요한 조치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서 북핵 의제에 대해선 "한미 국민의 피부에 와 닿을 종합적인 한미 확장억제력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회담 전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여부에는 "박근혜 정부 때 개정했고, 시효가 보통 40년이다. 지금 개정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한미 기업 간 해외 원전 수주 협력에 대해 "정부 간 정책 조율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법적 절차나 기업 간 협의를 통해 해소돼야 한다"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미 원자력 발전업체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IP)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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