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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몰아세운 장제원 입김 부나…다시 커진 産銀 부산 이전

중앙일보

입력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행안위원장에 선출된 뒤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행안위원장에 선출된 뒤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이 본점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 이전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이슈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13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산은의 부산 이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고, 전봉민 의원(부산 수영)은 “법 개정 이전에 부산 이전 절차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국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법 조항을 개정해 주시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호응했다. 산은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 4조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는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되도록 빨리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정무위원회에는 3개 법안(민주당 김두관·송기헌 의원,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 대표발의)이 심사되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이전 관련기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이전 관련기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PK) 지역구 의원들도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과 추가 국책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을 위해 초당적인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산은이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에 ‘산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보고서’를 제출하며 행정절차를 개시하자 여야가 모두 산은 이전을 주장하며 여론몰이에 참전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산은 이전은 ‘친윤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역할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에 산은 이전을 넣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도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는 것에 주력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이끄는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산은 이전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참석한 강석훈 산은 회장은 “부산을 특화된 제2금융 도시로 성장시켜 서울과 부산을 정책금융 양대 축으로 삼아 균형 발전을 추구하겠다”며 산은 이전 계획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의원 정도가 되니 이전 기관의 총책임자가 내려가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노조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산은 이전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은행 노조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산은 이전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대상 국정감사에서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개 설전까지 벌였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서 오 시장이 반대했는데 저는 참 안타깝다”면서 “서울의 이기주의 아닌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막아서면 되겠느냐”라고 몰아세웠다. 오 시장이 “본점을 옮겨도 기능의 절반은 서울에 남는다”고 하자 장 의원은 “그냥 산은 하나 덜렁 옮기겠다는 건 아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당내에 반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장 의원이 물밑 조율을 하면 어렵지 않게 당론으로 채택되고 개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내년 부산 선거판을 이끌 장 의원 입장에서도 지역 숙원인 산은 부산 이전 공약 이행은 필요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만약 산은법 개정이 불발되더라도 본점이 아닌 일부 조직을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산은 이전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은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표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산은 이전은 선거마다 나오는 이슈인데, ‘왜 아직 안 됐느냐’라는 유권자 반응이 적지 않다”며 “산은 이전을 추진해 조기에 승기를 확 끌어당기기 위해 여야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1일에 쓴 글. 페이스북 캡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1일에 쓴 글. 페이스북 캡처

여야는 입씨름도 시작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 부산 이전은 1937년 러시아 스탈린 시절 연해주에 설던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전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갑)은 “800만 부·울·경 주민에 대한 모독이다. 김 의원의 지방 폄훼 발언에 분노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또 현재 산은 본점(여의도)이 있는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의원인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정치적 선거행위”라며 산은 이전에 반대하자 국민의힘은 “지역 이기주의”라며 공세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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