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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 모든 대입전형에 의무 반영…현재 고1부터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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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2026학년도 대입부터 정시·수시모집에서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필수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징계 이력을 보존하는 기간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학폭으로 징계를 받은 가해 학생은 대입 4수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의결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안이 계기가 됐다. 이번 대책은 가해자의 상급학교 입시에 불이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교육부는 현재 고교 1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의 모든 전형에서 학폭 징계 이력을 필수적으로 반영한다. 구체적인 방식과 기준은 대학별로 정한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교육대학 등 인성이 중요한 전형에서는 아예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1~9호 조치 중에서 중대 사안으로 취급되는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는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현재 고1은 출석정지 이상 처분을 받으면 대입 4수까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학폭 기록을 취업 시까지 보존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오 실장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신입사원 선발 방향은 기업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기록 삭제 요건도 엄격해진다. 앞으로 전학 조치 기록은 졸업 후 4년간 삭제할 수 없다. 또 4호(사회봉사), 5(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 조치는 피해 학생이 동의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삭제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 보호 조치도 강화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즉시 분리 일수가 현행 3일에서 7일 이내로 연장된다. 학교장이 학생을 긴급 분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학급을 교체할 수도 있게 된다. 심의위원회 결정 전까지 출석도 정지시킬 수 있다. 교사가 학폭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고의가 아니거나 중대 과실이 없는 한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은 면제된다.

교육계 안팎에선 최소한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학폭 대책의 칼끝을 ‘대입·진학’으로 한정해 잘못 겨눴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태섭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은 “과거 사례 보면 학생부 기재 기한이 늘어나는 게 학폭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학교생활에 부적응해 성적이 좋지 않은 학폭 가해자들도 많다”며 “상위권 대학 외에 경쟁률이 낮은 국내 대학 현실에서 대입 불이익의 학폭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입 불이익이 이중처벌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선 나온다.

피해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학폭 기록 삭제 부분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피해자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건 그만큼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 정도를 피해자가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반면 노윤호 학폭 전문 변호사는 “최종 기록 삭제 여부가 피해자 몫이 된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피해자 동의가 학부모 간 합의로 변질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중요한 게 피해자의 일상 복귀와 가해자 교화를 위한 촘촘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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