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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중견기업] 철강부품업체 평산 … 풍력발전기 시장 꽉잡은 '강철 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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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진=송봉근 기자]

경남 밀양 대지주 집안의 막내아들인 신동수(52.사진) 사장은 가문의 부활을 위해 '사업'을 일궜다. 달랑 230만원을 들고 부산에서 불에 달구어진 쇠를 두드려 부품을 만드는 회사인 평산을 설립했다. 몰락한 평산 신씨 가문을 일으키겠다며 회사 이름도 평산으로 했다.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외국 업체가 기술을 인정했고 제품은 세계 일류, 회사는 세계 1위 업체가 됐다. 하늘도 도왔다. 청정 에너지 붐이 일면서 평산의 주력 제품인 풍력발전소용 부품을 찾는 곳이 많아졌다. 많은 기업이 고생한 외환위기마저 도움이 됐다. 환율이 오르자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다. 올 8월 공모가 1만5500원(액면가 5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경쟁률만 263대 1, 코스닥 공모시장의 최대 대어였다. 신 사장은 주식 평가만 1000억원이 넘는 부자가 됐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그는 여전히 때묻은 작업복과 안전모 차림이다.

"안전하게 꺼내서 프레스 위에 올려놓아야 해, 정확하게."

지난 20일 오후 부산 송정동 녹산공단 안의 평산 작업장. 5000여 평 작업장의 귀퉁이에 있는 대형 가열로에서 20t짜리 철강이 섭씨 1800도로 달구어 지고 있어 다, 그래도 신동수 사장(52)의 열정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작업장 안에 있는 4000t급 프레스(쇠를 때려 가공하는 기계)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철강이 가공될 때마다 신 사장은 직원들에게 "꼼꼼한 공정 관리"를 강조했다. 귀에 바짝 대고 큰 소리를 질러야 겨우 알아들을 정도로 엄청난 소음과 열기 속에서 그는 "힘들 거 하나도 없다"며 몰입했다. 평산은 풍력발전기의 몸체(타워)를 지탱하는 타워 플랜지(Flange) 부문 세계 1위의 자유단조업체다. 단조란 쇠를 두드려 원하는 설비를 만드는 가공방법이다. 옛날의 대장간을 생각하면 된다. 자유단조는 그중에서도 철강을 프레스 등으로 두드리고 펴 원하는 부품을 자유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보니 부가가치가 높다. 평산이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용 타워 플랜지(Flange)는 지름이 6m나 되고 무게가 최대 10t이나 되는 대형 부품이다. 높이가 80m나 되는 풍력발전기 타워(몸체)가 제대로 서 있으려면 이음매 역할을 하는 플랜지를 7~8개 정도 중간에 설치해야 한다.

◆단조 업계의 거인이 되다=신사장은 경남 밀양에서 5대 넘게 1000석의 농사를 지은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났다. 중학교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집안이 쇠락해졌다. 고등학교 졸업후 진로를 모색하다가 1979년에 짐을 싸 상경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제게 '사업'을 하라고 했어요.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서울서 번 230만 원을 밑천으로 부산에서 철판 소매상을 시작했습니다."

대형 철판 한 장을 사 소매로 되판 게 첫 사업이었다. 무엇보다 신의를 철저히 지켰다. 돈이 조금 모이자 86년에 한 철강회사의 단조 부문을 임대해 7명의 직원으로 회사를 세웠다. 회사 이름을 '평산'으로 지은 것은 평산 신씨 가문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달군 쇠를 직접 망치로 두드려 선박과 풍력발전기 부품을 만들면서 10년간 회사를 키웠다. "10년 만에 승부수를 던졌어요. 값비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2000t 급 프레스를 설치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가보다. 마침 세계적으로 풍력발전 수요가 늘어 수출이 밀릴 정도였다. 외환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뛰어 이익도 크게 늘었다. 기술과 자본을 갖추면서 단조 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해외를 주름잡자"=평산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대형 철강 부품을 만들기 위해 9000t급 프레스를 주문했다. 내년 8월부터 가동한다. 국내에는 두산중공업이 가진 1만t급 프레스가 가장 크다. 중견기업이 9000t급 프레스를 갖춘다는 것부터가 뉴스다. 이런 프레스를 사용하면 발전설비.조선기자재 등의 규모를 최대 50~100t까지 만들 수 있다. 가격도 지금보다 3배 이상 받을 수 있다. "큰 도전이지만 풍력발전기와 조선산업이 커지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기 설치업체인 GE윈도가 주문한 물량은 2008년까지 차 있다. 풍력발전 시장은 올해만 14조를 넘고 2008년에는 19조에 달할 전망이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중국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원자력.화력발전 설비와 조선 설비의 개발과 생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평산은 지금 코스닥시장의 황태자주다. 그러나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매일 작업복 차림으로 공장을 돌면서 작업을 지휘한다.

"어려울 때마다 아랫배에 힘주고 어금니 꽉 물어 참으면 성공합니다."

울림이 큰 그의 성공철학을 듣자니 '강철은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부산=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이 회사를 말한다

대체에너지 전망 밝아 … 추가성장 기대

평산은 태웅, 현진소재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자유단조 전문업체다. 2003년 이후 자유단조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최근 3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57.4%, 영업이익은 178.8% 증가했다. 2003년 5.5%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도 2005년 17.1%로 높아지는 등 외형과 수익성이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기를 지지하는 타워플랜지 매출이 2003년 60억 원에서 2005년 509억 원으로 급신장했다. 최근 들어 타워플랜지 부문의 경쟁이 심해져 마진하락 등의 위험도 있으나 동사는 타워플랜지 외에 기어림(Gear rim) 등 다양한 풍력발전 부품의 개발을 완료, 내년부터 추가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주력시장인 풍력발전시장은 고유가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 노력에 힘입어 연평균 18%의 고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전세계 풍력발전설비 증설 규모도 2010년까지 연평균 14%의 성장세(자료: GWEC)가 예상돼 장기적인 시장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평산은 3분기까지 매출액 1160억 원, 영업이익 19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경영목표인 매출액 1800억 원, 영업이익 282억 원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지만 4분기가 연중 최고 성수기임을 감안할 때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품목의 단가하락 등으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14.7%로 낮아졌으나 4분기 성수기를 맞아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들은 실적 개선 여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경섭 굿모닝신한증권 애널

■우리 회사를 말한다

이음매 만드는 기술하나는 자신있어

회사 자랑을 하려니 쑥스럽지만 몇 마디 하겠습니다. 기술에 자신 있습니다. 5년 전에 처음으로 풍력발전용 플랜지 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쇳덩어리를 가열하고 두드려 지름이 6m나 되는 커다란 이음매를 만드는 기술은 최고라고 자신합니다. 5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30%로 1위가 된 게 이를 증명합니다. 우리 회사는 풍력발전용 단조품에만 의지하지 않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풍력발전 분야가 36%를 차지합니다만 조선기자재(14.3%), 석유화학플랜트(11.3%), 발전.담수설비(9.8%) 등에서도 골고루 매출을 올립니다. 특정 회사에 대한 매출이 10%를 넘지 않는다는 게 장점입니다. 한 두개의 대기업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협력업체와 과실을 나누는 시스템도 갖추었습니다. 가공을 맡는 협력업체에 120억 원이나 투자했습니다. 기계를 깎는 제품 51대를 주었고, 공장 부지를 사게끔 돈도 빌려줬습니다. 이런 관계가 싹터 협력업체와 서로 공생하는 것이지요.

평산은 종업원을 아끼는 회사입니다. 올 8월 코스닥 시장에 공모할 때 80만 주(지분율 5.5%)를 액면가 500원에 우리사주에 배정했습니다. 200명의 직원은 현재 평균 4000주씩 회사 주식이 있어요. 저희 직원들 앞으로 부자 될 거예요. 회사가 성장할수록 사회에 대한 책임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장학재단을 세워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도울 겁니다. 이미 밀양고에 장학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신동수 평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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