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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카드 시총 10배 키웠다…터번 쓴 세계은행 총재의 미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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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월 차기 세계은행(WB) 총재로 지명된 아제이 방가(63)가 기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지 주목된다고 외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차기 세계은행(WB) 총재로 지명된 아제이 방가(63)가 기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지 주목된다고 외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새 세계은행 총재는 기후 행동(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나 노력)에 나설 인물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세계은행(WB) 올해 첫 총회를 앞두고 뉴욕타임스(NYT)가 던진 질문이다. 질문의 주인공은 인도계 미국인 아제이 방가(63)다. 지난 2월 지명돼 오는 6월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WB의 중대한 변화 앞에 섰다. 가장 큰 과제는 기후 문제다. NYT는 "그가 지구 온난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WB를 어떻게 지휘할지를 두고 회원국의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기후 회의론자' 후임으로 지명 

데이비드 맬패스(65) 현 WB 총리는 '기후 문제 회의론자'로 통한다. 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불협화음을 내다가 오는 6월에 1년 일찍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데이비드 맬패스(65) 현 WB 총리는 '기후 문제 회의론자'로 통한다. 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불협화음을 내다가 오는 6월에 1년 일찍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방가는 데이비드 맬패스(65) 현 총재가 1년 일찍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맬패스는 '기후 변화 부정론자'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화학 연료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는 과학계 정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WB에 기후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 민간 자금까지 투입하는 방안을 촉구하자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방가는 개발도상국의 기후 불평등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지명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와도 관련 있다"고 언급했다. NYT는 "세계 지도자들과 학계 전문가들은 방가가 기후 변화와 씨름하는 가난한 나라를 위해 대출·원조 등 다양하고 진취적인 방안을 낼 것으로 본다"며 "첫 개발도상국 출신 총재로서 긴급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터번 쓰는 인도 출신 기업인

1959년 인도 뭄바이주에서 태어난 방가는 2007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AP=연합뉴스

1959년 인도 뭄바이주에서 태어난 방가는 2007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AP=연합뉴스

1959년 뭄바이 주에서 태어난 방가는 40년 동안 인도에서 공부하고 일했다. 어릴 적 육군 장교 출신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주 이사를 했다고 한다. 인도 명문 사립학교인 세인트 에드워드 스쿨을 거쳐 세인트 스티븐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인도 경영대(IIMA)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오랫동안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다. 81년 식품회사 네슬레에서 시작해 펩시·씨티그룹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씨티그룹에선 아시아·태평양 사업 부문 대표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는데, 이때 가족과 미국에 이민해 2007년 귀화했다.

국적은 옮겼지만, 방가는 항상 터번을 착용하고 자신을 '인도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국제상업회의소(ICC)와 미국·인도상공회의소(USIBC) 회장을 맡으며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자주 집을 옮기며 살았던 것이 (발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스터 카드 시총 10배 올린 CEO

방가는 2010년부터 약 10년간 마스터카드 CEO로 일하며 회사 매출을 세 배 가까이 올렸다. AFP=연합뉴스

방가는 2010년부터 약 10년간 마스터카드 CEO로 일하며 회사 매출을 세 배 가까이 올렸다. AFP=연합뉴스

기업인으로서 경력은 마스터 카드 CEO 자리에 오르고 정점을 찍었다. 2010년부터 약 10년간 일하며 그는 마스터카드의 시가총액을 10배 상승시켰다. 매출은 50억 달러(약 6조 6000억원)에서 150억 달러(약 19조 8000억원)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직원 1만 9000명의 해고를 막았다. 로이터 통신은 "주로 현금으로 거래하던 개발도상국을 무대로 약 5억명에게 은행 계좌를 만들어 디지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면서 회사 실적도 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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