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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주변 폭력배활개/자녀 등교시키기 겁난다/금품뺏고 협박…성폭행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피해학생 정신분열 입원/일부 고교선 화장실·교실 드나들며 돈 뜯어/때와 장소 안가려… 보복위협에 신고 못해
『범죄를 없애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신영철군(11·송파국 6)의 사건을 계기로 학교주변의 폭력이 다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 강남·강북지역을 망라한 거의 전역에서 폭력배들이 들끓어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두려워 불안에 떨고있다.
폭력배들은 등·하교길이나 주택가 골목길,학교의 화장실·교실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은 금품을 빼앗는 것은 물론 성폭행이나 심지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한번 걸려든 피해자는 주소·전화번호를 알아내 반복해서 괴롭히고 보복위협으로 신고를 못하도록 하고 있어 학생들이 정신쇠약 증세를 일으켜 치료를 받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3월 서울 구로서에 붙잡힌 정모군(17·S기술고 1) 등 2명은 오락실에서 박창규군(14·국교 6)을 1㎞쯤 떨어진 대림천으로 끌고가 8천원을 빼앗고 박군을 흙구덩이에 생매장한 후 몽둥이로 때려 살해했다.
8월 서울 서초서에 붙잡힌 박모군(18) 등 고교 중퇴생 4명은 서초동일대 고교 4곳의 화장실·교실을 드나들며 금품을 빼앗아 온 것으로 밝혀졌으나 경찰에 신고된 것은 단 1건도 없었다.
이들의 자백으로 경찰에 출두한 피해 학부모들은 오히려 『아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니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올해 K대에 입학한 김모군(19)은 학교성적이 줄곧 최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중3때인 86년 학교주변 폭력배에게 몇차례 시달린뒤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켜 성적이 떨어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지다 지방캠퍼스를 지원해야했다.
서울보호관찰소장 강지원 부장검사는 이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교복·두발자유화 이후 학교주변 폭력배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히고 『불량학생들의 교내 순화교육이나 복학·전학·편입학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들이 반복적으로 비행을 저지르는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책도 뚜렷이 세우기 힘들어 개인적 방어에 그치고 있다.
서울 K중 박모교사(34)는 『사건이 생기면 1주일쯤 교사들이 심야순찰을 하다 슬그머니 그만두는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중2·국교 5년의 두 아들을 둔 서울 송파동 한양아파트 윤여옥씨(41·주부)는 『아이들에게 1만원씩 비상금을 주어 불량배를 만나면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주라고 이르고 있다』며 해가 질때까지 애들이 귀가하지 않으면 불안해 찾아나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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