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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의 괴롭힘이 필요악? 보이지 않는 상처와 그 치유[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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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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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심심

영화 '위플래쉬'에서 플레처 교수는 드럼 주자인 제자 앤드루를 끝없이 괴롭힌다. 심지어 트럼펫 주자인 케이시는 플레처의 괴롭힘을 못 견디고 스스로 삶을 접는다. 영화 마지막에 앤드루는 또 다른 플레처가 되어가는 자신을 본다. 행크 레비의 재즈곡 제목이기도 한 '위플래쉬'에는 채찍질이라는 뜻과 함께 경추부염좌,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라는 뜻도 있다.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저자 제니퍼 프레이져가 '위플래쉬' 얘기로 이 책을 시작한 이유다. 그리고 질문한다. 이런 괴롭힘은 위대함을 창조하기 위한 필요악인가. 저자는 자신의 큰아들 몽고메리가 학교 농구팀 코치한테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몸에 생긴 이상 반응을 통해 알게 됐다. 비교문학을 전공한 학교 교사였던 저자가 괴롭힘과 학대 치유 전문가로 변신해 뇌과학 기반의 괴롭힘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다.

모든 형태의 학대는 스트레스 수준을 높여 학습과 성공을 방해한다. 스트레스가 뇌를 공격해 뇌 구조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심리학 임상실험 및 사건과 사례를 통해 학대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실험, 마틴 셀리그먼의 학습된 무력감 실험, 스톡홀름 증후군이 만들어진 은행 납치사건, 그리고 두 아들과 제자 사례를 통해 '괴롭힘이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보여준다.

망가진 뇌의 사례를 보여주고 끝내지는 않는다. 얼마 전까지도 인간의 뇌 가소성(자극을 받아 변형될 수 있는 성질)은 어릴 때만 유지된다는 게 정설이었다.  최근 연구는 나이 든 뒤에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 증거를 보여준다. 저자는 망가진 뇌를 회복시킬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책의 부제인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이 그것이다.

성폭력, 학교 폭력, 갑질 등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 피해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다만 추천사를 쓴 뇌과학자 마이클 메르체니치 UC샌프란시스코 명예교수 연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해결책이 상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한계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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