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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노점상, ‘중국판 디즈니’ 꿈꾸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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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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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허유(文和友)’. 

중국의 요식업 브랜드 이름이다. 원허유는 중국에서 ‘노점상의 신화’로 불린다. 조그마한 가게가 불과 몇 년 만에 중국의 유명 요식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허유의 야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원허유는 2024년까지 중국은 물론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유명 관광지에 우리 이름을 내건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중국의 산업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유니콘 리스트(6월 30일 기준)’에 오르며 100억 위안(약 1조 8987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도 했다.

원허유, SNS 홍보의 선구자

원허유는 중국 창사(長沙)에서 시작됐다. 2010년 원허유의 창립자인 원빈(文宾)은 2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자동차 세일즈맨이던 그는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작은 노점상을 열었다. 사오카오(燒烤, 구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노점이었다.

창업 초반에는 노하우가 없어 하루에 겨우 3시간을 자면서 장사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다른 노점상과 소통했다. 전 직장에서 터득한 소통 능력이 장사에도 유용하게 쓰였다. 사업 수완을 터득한 원빈은 자신만의 소스를 개발했고,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유명해졌다.

일반 노점상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한 원빈. 식자재 공급 업체 사장 양간쥔(楊乾軍)은 그런 그를 눈여겨봤고,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바로 자신과 손잡고 창사의 전통 길거리 음식으로 중국 최고의 음식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 원빈과 양간쥔은 작은 매장인 ‘라오창사유자서(老長沙油炸社)’를 열었다.

경쟁이 치열한 요식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홍보 전략이 필요했다. 원빈은 자신이 갈고닦은 세일즈 능력을 발휘했다. 2011년 당시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이제 막 대중들에게 알려질 때였다. 웨이보의 홍보 효과를 알아본 원빈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웨이보 광고 효과는 기존 노점상을 운영할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덕분에 중국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톈텐샹상(天天嚮上)’에 노출되며 중국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왕훙(網紅) 브랜드’의 시초인 셈이다.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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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세를 몰아 2012년에는 룽샤(龍蝦, 민물 가재) 전문점 ‘원허유 라오창사룽샤관(文和友老長沙龍蝦館)’은 오픈한다. 이는 중국 내 룽샤 돌풍에 힘입어 대박을 터뜨렸다. 시장 트렌드를 간파한 원빈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 밖에도 원빈은 원허유다샹창(文和友大香腸), 원허유처우더푸(文和友臭豆腐), 류뎬쭤유투쓰(六點左右吐司) 등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잇달아 오픈하며 ‘중국판 백종원’의 길을 걸었다. 2015년 매출 1억 위안(약 188억 1800만 원)을 돌파한 후에는 직영점 뿐만 아니라 가맹점까지 운영하며 매장을 전국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도시 재개발이 되려 기회로

원허유 중국 전역에서 사랑을 받자 원빈은 더 큰 꿈을 그린다. 바로 요식업을 넘어 소비자의 취향과 문화 산업을 결합하는 것. 이를 통해 요식업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먹거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원빈이 그리는 원허유의 새로운 발전방향이다.

그러나 큰 변화가 찾아왔다. 창사에서 원허유의 매출에 크게 기여하던 지점이 도시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원빈은 여기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새로운 매장을 재건하며 원허유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 이는 앞서 설명한 원빈의 미래 계획과도 맥을 함께 한다.

2018년 그는 5000㎡ 규모의 7층 건물을 임대해, 80년대 창사 옛 거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오래된 가전, 가구 등을 모아 복고풍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2억 위안(376억 4000만 원)을 추가로 투자해 해당 매장 규모를 3배로 확장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규모의 ‘슈퍼원허유’가 탄생한 것이다.

슈퍼원허유의 입점 조건은 단 세 가지다.
1. 창업한 지 10년 이상일 것.
2. 일반 프랜차이즈는 입점 불가
3. 장사가 잘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매장이어야 할 것.

기존 프랜차이즈처럼 특색이 없거나, 경력 없고 단골이 없으면 입점할 수 없단 소리다.

슈퍼원허유는 창사를 넘어 중국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객으로 붐비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이미 중국 전역에서 원허유의 대표 서브 브랜드인 룽샤 전문점을 포함한 각종 매장이 1000여 개에 달 정도였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원허유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슈퍼원허유 웨이보 계정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원허유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슈퍼원허유 웨이보 계정

원허유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인증샷도 SNS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馬雲)도 그중 하나. 그는 이곳을 방문해 창사의 야간 경제를 이끄는 원허유의 활력을 몸소 체험했다.

원허유의 꿈은 요식 업계의 ‘디즈니’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원허유는 요식업에 문화를 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0년 7월, 슈퍼원허유 광저우(廣州) 지점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은 80, 90년대 광저우 거리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원허유의 서브 브랜드는 물론 현지 유명 레스토랑, 바, 카페, 문구점 등 다양한 먹거리, 놀 거리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광저우 지점은 오픈 초반에만 해도 인파가 몰렸으나, 그 인기는 금세 사그라졌다. 온라인에서는 광저우 풍토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원허유는 기존 창사 특색을 가진 브랜드 대신 해산물로 유명한 광저우 현지 음식점을 대거 들여왔다. 서브 브랜드 내에서도 수십 가지의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개발해 관광객에게 선보였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귀담아듣고 발 빠르게 마케팅 전략에 적용한 원허유. 원허유의 이 같은 전략은 다른 매장에서도 활약한다. 2021년 4월, 선전(深圳)에서도 슈퍼원허유가 문을 열었다. 주력 메뉴는 창사 원허유의 대표 메뉴인 룽샤가 아닌, 선전 스타일의 굴 요리.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개점 당일에만 5만 명의 사람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현지 맞춤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큰 인기를 얻은 원허유,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세계 각 도시에 슈퍼원허유를 만들고자 한다. 단순한 푸드코트를 넘어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을 주축으로 각종 문화 관련 매장을 도입해 ‘박물관’처럼 만드는 것이 골자다.

광저우는 ‘해산물’이, 상하이는 ‘게’, 난징(南京)은 ‘오리’가 현지 슈퍼원허유의 시그니처인 셈이다. 각 지역이 원허유를 통해 독립적인 IP 브랜드를 형성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음식을 통해 그 도시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목표다. 식문화의 정의를 다시 쓰고 중국 요식업계의 ‘디즈니’가 되고자 하는 원허유.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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