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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분유 천하 끝냈다’ 시진핑이 미는 中 낙농 기업, 어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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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중국을 충격에 빠트린 식품안전 사고가 발생한다. ‘멜라민 분유 파동’이다. 인체 유해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들어간 분유가 중국에서 대량으로 유통돼 최소 6명의 영유아가 숨지고 30만명이 피해를 봤다. 사건 주범에게는 사형과 무기징역이 선고될 정도로 엄청난 공분을 일으켰다.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자국산 분유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신뢰는 곤두박질쳤다. 전체 시장의 60~70%를 외국산 분유가 차지했고, 중국 분유 업계는 수년간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그런데도 이 기업, ‘중국산 분유의 전화위복’을 목표로 달려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고품질 유제품 생산에 진심인 쥔러바오 유업그룹(君樂寶乳業集團, 이하 쥔러바오)이다. 2017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생산기지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2017년 1월 24일, 쥔러바오 생산기지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2017년 1월 24일, 쥔러바오 생산기지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쥔러바오는 영유아 분유, 요구르트, 살균우유, 멸균우유 등을 생산하는 낙농 대기업이다.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장쑤(江蘇), 지린(吉林) 성 등지에 유제품 공장 21개, 현대식 목장 17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젖소 14만 5000마리와 목초지 50만 무(畝, 1무는 약 666.67㎡)를 관리하고 있다.

농업청 공무원의 창업, 요거트로 성공할 줄 알았건만

쥔러바오의 성공은 웨이리화(魏立華) 창업자 겸 CEO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농대 졸업 후 허베이성 농업청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5년 공직을 박차고 나와 쥔러바오를 세웠다. 웨이리화는 방 3칸, 인력 삼륜차 2대, 요구르트 기계 1대를 가지고 고향인 스자좡(石家莊)에서 쏸나이(酸奶)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요구르트, 요거트, 요플레 등 유산균이 들어있는 유제품을 통틀어 쏸나이(酸奶)라고 부른다.

웨이리화 쥔러바오 창업자 겸 CEO.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웨이리화 쥔러바오 창업자 겸 CEO.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창립 후 2년 만에 억대 매출을 달성한 쥔러바오는 당시 중국 낙농업계 1위를 달리던 싼루그룹(三鹿集團, 이하 싼루)의 눈에 띄게 된다. 싼루는 쥔러바오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1999년 쥔러바오 지분 34%를 인수해 유제품 제품군을 확대했다. 쥔러바오 역시 싼루의 상표를 달고, 싼루가 구축해놓은 전국구 유통망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났다.

싼루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던 쥔러바오는 2008년 큰 위기를 맞는다. 멜라민 분유 파동의 주범으로 싼루가 지목되면서 쥔러바오 역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멜라민 분유와 별개로 양질의 쏸나이를 생산했지만, 쥔러바오는 싼루가 몰고 온 파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쥔러바오는 싼루가 보유했던 자사 지분을 되사들여 새 주인인 멍뉴(蒙牛)에게 넘겼다.

모두가 외면한 국산 분유 시장에 도전장 내밀다

멍뉴의 지원으로 쥔러바오는 서서히 쏸나이 사업을 회복했다. 이대로만 가면 안정적인 성장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웨이리화는 2013년 돌연 ‘쥔러바오의 분유 사업 진출’을 발표한다.

당시만 해도 중국산 분유는 아직 멜라민 파동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2011년까지 중국 소비자 10명 중 7명은 자국산 분유를 구매할 의사가 없었다. 프리미엄 분유의 경우, 수입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만류가 이어졌다. 쥔러바오의 최대 주주인 멍뉴도 웨이리화의 결정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분유 사업에 대한 웨이리화의 의지는 굳건했다.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웨이리화가 분유 시장 진출을 마음먹게 된 계기는 이랬다. 2012년, 국제 행사 참석차 독일에 방문한 웨이리화는 직원들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약국으로 달려가 독일산 분유를 사재기하는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약국에 있던 판매원은 한꺼번에 몰려든 중국인 손님에 매우 당황했고, 판매원과 눈이 마주친 웨이리화는 중국 대표 낙농가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최고의 국산 분유를 만들어 무질서한 수입 분유 사재기를 막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귀국 후 웨이리화는 스자좡의 분유 제조 공장을 인수·개조하고, 마리당 2만 위안(약 377만 원)을 들여 우유 생산량이 많기로 유명한 홀스타인(Holstein) 소를 사왔다. 그간 쏸나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중국산 분유 개발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사진 디스커버리 제작 〈중국 분유의 신고도 탐색〉 캡처

사진 디스커버리 제작 〈중국 분유의 신고도 탐색〉 캡처

가장 중요한 식품 안전과 품질 보장을 위해선 2가지 전략을 펼쳤다. 첫째는 목초 재배, 젖소 사육, 유제품 생산 및 가공 전 과정을 통합한 자체 산업 체인을 구축하는 것이고, 둘째는 ‘6개 세계급 수준(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품종 개량, 목장, 공장, 협력 파트너, 관리 시스템)’을 달성하는 것이다.

쥔러바오는 목초지 주변에 목장, 목장 주변에 공장을 지어 착유부터 가공에 이르는 분유 생산 공정을 2시간으로 단축했다. 젖소에서 짜낸 신선한 원유는 저온 밀폐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장으로 옮겨졌고, 짧은 시간 내에 영양가 높은 분유로 재탄생했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생산된 쥔러바오 분유는 2014년 영국소매업협회(BRC)의 식품안전 글로벌 표준과 국제 식품 기준(IFS) 인증을 획득했다. 권위 있고 까다로운 두 가지 인증을 모두 통과한 것은 중국 분유 업계 최초였다.

쥔러바오는 이후에도 업계를 선도하며 ‘2015 올해의 식품 벤치마킹 기업’ ‘2016 중국 자체 개발 100대 브랜드’ ‘2017 현대 농업 발전을 이끈 인물’ ‘2018 국제 품질 관리 우수성과상’ ‘2019 세계 유제품 혁신상’ 등의 영예를 안았다.

사회공헌에도 앞장서는 쥔러바오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쥔러바오는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부터 낙후 지역 청소년을 위해 누적 2000만 위안(약 37억 9440만 원)어치의 우유를 기부했으며, 공익재단을 설립해 빈곤퇴치, 재난구호, 장학사업 등에 누적 1억 위안(약 1조 8900억 원)을 기부했다. 농촌 활성화와 현지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쥔러바오는 허베이 성 내 목장과 공장을 건설해 신규 일자리 4000개를 창출하고, 농촌 마을 200여 곳과 농민 1만 8000여 명의 소득 증대를 이끌었다.

2017~2021년, 쥔러바오의 매출은 각각 102억 위안(약 1조 9270억 원), 130억 위안(약 2조 4560억 원), 163억 위안(약 3조 795억 원), 144억 위안(약 2조 7210억 원), 203억 위안(약 3조 8358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25%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다음 단계로 우리는 과학적인 낙농업 시대를 열 것입니다.

지난 2월 25일 열린 쥔러바오 과학전략 발표회.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지난 2월 25일 열린 쥔러바오 과학전략 발표회. 사진 쥔러바오 공식 홈페이지

지난 2월 25일, 쥔러바오는 과학전략 발표회를 열고 첨단 기술 혁신으로 낙농업의 고품질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중에서도 쥔러바오는 미래 낙농업 발전의 핵심으로 통하는 ‘젖소 품종개량’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쥔러바오는 2021년 품종개량 전문 자회사 ‘핀위안바이오(品元生物)’와 과학 영양연구소를 세우고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쥔러바오는 창립 3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고, 매출 500억 위안(약 9조 46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매출(2021년, 203억 위안)의 2배를 뛰어넘는 공격적인 목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20배 가까운 매출 증가를 보여준 만큼, 쥔러바오의 활약에 업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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