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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명일이 소리내다

국민 절반을 배제시키는 공영방송…MBC는 수술대 올라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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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일 MBC노조 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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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국회 과방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반대에도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3월 21일 국회 과방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반대에도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더불어민주당이 3월 21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의결하고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했다.

민주당 방송법안의 골자는 21명으로 구성된 공영이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가 각각 2명씩 6명의 이사를 추천하고, 방송사 내부 시청자위원회가 4명을 추천하며, 방송학회, 언론학회, 언론정보학회가 각각 2명씩 총 6명의 이사를 추천하는 반면 국회의 추천 몫은 5명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과 언론노조에 우호적인 이사 추천 수가 17명 가까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언제나 공영방송은 민주당과 언론노조에 우호적인 지배구조를 갖게 된다. 그래서 MBC노동조합 (제3노조)는 이 법안을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안’이라 비난하고 법안통과에 반대해왔다.

지난 5년간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시절 180석 가까운 국회 의석수를 동원해 언제든지 공영방송법을 개정할 수 있었다. 법안도 특별다수제라고 하여 여당 이사나 야당 이사가 반대하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사장 후보는 사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박홍근 법안’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든지 쾌속으로 방송법 개정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과도한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

합의를 통한 개정 의지가 있고, 방송 개혁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적어도 문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겨 놓고 법 개정을 해 방송사의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양보’를 해야 했다. 그래야 상대 당도 납득을 하지 않겠는가?

공영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공영방송 그중에도 MBC가 비난받는 것은 편파 방송과 특유의 튀는 행동들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단적인 친정부 방송을 해서 국민 절반의 외면을 받느냐는 비판을 듣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친정권 방송을 했다고 뉴스데스크 앵커가 나와 머리 숙여 사죄했다가 5년 뒤에는 친문재인 방송이 돼 우파 성향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두 번째로는 ‘왜 그렇게 유난히 앞장서는가?’ 하는 의문이다. 같은 공영방송인데도 KBS는 이른바 ‘유배지’로 발령을 내는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김건희 여사 녹취록 보도와 같이 좌파 성향 유튜버들과 보조를 맞추며 보도를 한다든지 검언유착 보도를 하면서 세상 정의로운 듯 타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보도도 타 언론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이러한 질문에 필자는 “전 세계 하나뿐인 반공영 반민영의 좌충우돌 방송사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 라고 반문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반문조차 꺼내기 부끄러워졌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념은 사라지고 ‘이전투구’만 남아

과거에는 좌파 특유의 순수함과 개혁 의지가 남아 MBC에 애정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 순수성마저 의심받은 지 오래다. 특히 지난달 임명된 안형준 사장의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 의혹에 언론노조는 거의 침묵했다.

안 사장의 고교 후배인 유명 드라마 PD는 벤처기업 주식 수억 원어치를 공짜로 받아 10년 전 안 사장에게 명의 신탁으로 맡겨 놓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장 선임 과정에서 투서가 들어왔고 결국 MBC가 특별감사까지 벌였다. 안 사장이 후배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벤처기업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 사장이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딱히 불법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불법이 없는지 판단하려면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구나 사장이기 전에 기자인데 관련 업체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은 후배를 훈계하지 못할망정 주식을 자기 이름으로 해주며 편의를 봐주면 되겠는가.

국민의 50%가 배제되는 공영방송의 편파성

정권에 따라 사장이 바뀌다 보니 공정성을 잃기 쉬운데, 다수 노조 위원장 출신이 사장이 돼버리니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없는 공영방송이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파 정권 때의 MBC는 언론노조가 저항하여 최소한의 견제가 이뤄질 수 있지만, 좌파 정권하의 MBC는 언론노조와 경영진이 일심동체라 견제가 없는 ‘좌파 방송’ 일색이 되고 만다. 국민의 50%는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공영방송을 보아야 한다.

뉴데일리와 NGO저널이 1월 1일에 1001명을 대상으로 방송뉴스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자의 60%가 “MBC 뉴스를 신뢰하며 즐겨본다”고 답했지만, 국민의 힘 지지자는 11%만이 “MBC 뉴스를 신뢰하며 즐겨본다”고 답했다.  실로 극단적인 차이이다.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MBC는 언론노조를 창설해 정치인 출신 사장 두 명을 파업으로 몰아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MBC 방송문화진흥회 체제는 처음부터 집권 여당은 당연히 우파 정당이라고 상정했고 여당 추천 이사 6명에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견제하는 구도로 설계되었다. 야당 추천 이사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언론노조가 저항하여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는 좌파 정권과 우파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는 일이 반복되었고 좌파든 우파든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유배지를 만들어 기자들의 마이크를 빼앗거나 ‘노골적인 친정권 방송’을 반복하는 폐해가 발생하였다.

이제 공영방송 MBC는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좌파 뉴스와 우파 뉴스의 동시 이원방송(二元放送), 엄격한 기계적 중립 방송, 지주회사로의 전환, 단계적 민영화 등 다양한 해법이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방송사는 국민의 꿈을 그리는 곳이다. 공영방송 MBC는 지난 60년간 국민과 함께 앉아 서로를 위로하고 휴식을 취하는 벤치 역할을 해 왔다. 그 벤치에 좌파 혹은 우파 50%만 앉아있고 나머지 국민을 배척해서야 되겠는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국민 모두가 앉아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함께 나라의 꿈을 이야기하는 벤치가 되어야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