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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용혜인이 응답하다

회계투명 요구가 왜 노조 때리기인가? 이 질문에 용혜인의 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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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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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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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소리는 자칫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 필요합니다.〈소리내다〉는 대학 학보사 출신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소리내다 칼럼 중 일부를 선정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필진의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요구가 노조탄압이라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의〈회계 투명성 요구는 노조 때리기일 뿐〉 칼럼에 대한 질문에 그가 응답합니다.

용혜인 의원은 지난 칼럼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요구는 국가적 의제가 아니며, 정부의 노조 때리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 정책은 노조 혐오에 가깝거나 보편적 인권과 노동의 가치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칼럼을 읽은 후 소리내다 대학생 패널은 노조가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와 노동자의 권익 보장, 그리고 공정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궁금해했습니다.

노조 때리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기관들의 특수활동비 불투명성 문제를 가져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노조 회계자료의 상세한 투명성을 요구한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되 특수활동비 불투명성은 따로 언급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활동비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지만 노조 회계는 조합원 회비로 운영합니다. 특수활동비와 노조 회계는 둘 다 투명해야 하지만 그 투명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세금을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 회계는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면 됩니다.  
용 의원께서 생각하시는 조합원 및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조치는 무엇입니까.  
조합원 및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조를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초등학생부터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독일 같은 나라들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노조에 대한 인식 대전환과 함께 헌법에 규정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부인하는 가혹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이 대표적인 조치일 것입니다.  
주 52시간제가 경직적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선 동의하시는 것인지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선 역사적으로 최장 노동시간에 한계를 둔 것 자체가 노동시간을 어느 정도 ‘경직적으로’ 운영할 필요에서 나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동시간 규제의 목적 자체가 일정 수준에서 노동시간의 경직적 운영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한없이 경직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주 52시간 상한이 경직적 노동시간 규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 봅니다. 법정 최장 노동시간 규제와 별개로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더는 논쟁거리가 아닙니다. 한국에만 있다는 ‘과로사’의 원인으로서 노동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기업, 사회,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정부의 회계 투명성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이 노동자 권리의 개선을 위한 것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떠한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싸움을 이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먼저 국민에게 당당한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노조 회계가 비교적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 보조금 받아 지출하는 내역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고, 정부가 더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면 누가 말릴 일도 없습니다. 반면 조합원이 낸 조합비에 대해서는 노조는 조합원에 대해서 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고, 정부에게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할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동호회를 하는데 회원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 회비 모금과 지출 내역, 또 회비 사용에 관한 회의 자료까지 투명하게 제출하라는 요구하면 여러분들은 황당할 것입니다. 노조가 어떠한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정당하다는 게 아니라 잘못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노조와 진보 정치가 힘없는 노동자의 응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대 노총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노조가 대다수 노동자의 응원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을 저는 크게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와 제도적 특징 속에서 찾습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본격 서막을 연 민주노조운동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 딱 10년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민주노조 운동은 전체 노동자를 위한 싸움보다 자기 사업장의 임금 인상 투쟁에 주력하며 노조는 자기 밥그릇 챙기는 조직으로 굳어져 갔습니다. 제도적 이유로는 저는 산별협약제도의 부재를 꼽습니다. 금속노조에 속해 있다면 현대차 노동자이든, 현대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이든 같은 임금을 받게 해주는 것이 산별협약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산별협약제도가 자리 잡을 틈도 없이 기업별 노조 체제가 공고히 자리 잡게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한국에서는 노조가 대표적인 사회연대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사업장 단위 잇속만 챙기는 기능을 하도록 정부와 자본이 강제하기도 했고 노동 운동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안주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노조 회계 투명성 논란과 관련해 ‘건폭’과 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이런 단어들이 왜 나왔다고 보십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용한‘ 건폭’이라는 조어가 나오게 된 배경 사건으로 월례비 지급, 조합원 채용이 거론됩니다. 타워크레인 기사가 받는다는 월례비의 본질은 건설사가 공기 단축을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급행료 성격, 그리고 안전 규정 위반 협력에 대한 대가 성격이 합쳐져 있습니다. 노조 조합원 채용 역시 건설사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시스템이지 건설 노동자들이 요구했거나 만든 체계가 아닙니다. 기원과 구조가 이러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월례비나 채용 요구가 문제라면 건설노조를 조폭으로 악마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원청과 하청 기업, 사업자와 노조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리=이서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