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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칠과삼? 공팔과이도 부족" 보훈처, 이승만 기념관 건립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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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올해 본격 추진된다. 한미동맹·정전협정 70주년과 맞물려 이 전 대통령, 백선엽 장군 등 관련 인물들의 공적을 재평가하겠다는 취지다.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이승만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이승만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26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기리는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대상 부지 선정 등 사전 조사 작업에 착수했고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지를 받으면 보훈처 등 중앙정부 예산을 들여 건물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고 지원으로 전직 대통령 기념관이나 기념 도서관 건립이 가능하다. 구체적 건립 계획은 6월 5일 보훈부 정식 출범에 맞춰 발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올해 초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준비하면서 비공개로 서울 동작구 김영삼 도서관과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등 전직 대통령 기념시설을 둘러봤다. 보훈처는 이를 참고해 한 인물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서울에 이 전 대통령 기념관을 꾸릴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전국에 남아있는 이 전 대통령의 기념시설로는 그가 생전에 거주하던 서울 종로구 이화장과 잠시 머물었던 강원 화진포·제주 귀빈사 별장 정도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수억 원을 들여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데 불과해 제대로 된 기념관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서울에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짓는 데는 국비가 200억 원 이상 투입됐고, 김영삼 기념도서관과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조성할 때도 국비가 각각 60억 원 이상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홀대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148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행사 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148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행사 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엔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도 유독 이 전 대통령을 놓고 보수·진보 진영간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수립에 기여했다는 공(功)을 높이 평가해 ‘이승만 국부론‘까지 나오지만 진보 진영에선 이 전 대통령의 독재 이력 등 과(過)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보수 정부에선 ‘대통령’, 진보 정부에선 ‘박사’로 달라지는 보훈처장의 이 전 대통령 지칭 방식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보훈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을 재조명하는 데 양국 동맹 70주년을 맞은 현 시점이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박민식 처장은 이날 이 전 대통령 탄신 1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공칠과삼'(攻七過三)이 아니라 '공팔과이'(功八過二)로도 부족하다”며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역사의 패륜아로 낙인찍혀 오랜 시간 음지에서 신음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왜, 누가 건국 대통령을 이렇게 왜곡하고 또 방치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훈처는 지난 1월 친일 논란에도 불구 6·25 전쟁의 공훈을 높이 평가해 백선엽 장군의 동상 건립에 국비 1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승만 정권에 반대했던 4·19 혁명 원로들은 이날 이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비록 과오는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공로를 외면할 수 없다”며 “지도자의 피할 수 없는 공과 과로 늦게나마 그의 공에 대해 상응한 평가와 대우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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