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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로마 군대도…이런 전쟁에선 고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2호 20면

보이지 않는 군대

보이지 않는 군대

보이지 않는 군대
맥스 부트 지음
문상준·조상근 옮김
플래닛미디어

미국의 군사 사학자인 지은이는 게릴라전·테러·반란전·대반란전의 역사가 5000년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기원전 23~24세기 메소포타미아 아카드 제국은 대량살육·노예화·추방·도시파괴로 반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지만 결국 무너졌다. 기원 66년 당대 최강 로마군단은 게릴라전으로 맞선 유대인 반군에 참패해 독수리 군기까지 잃었다.

게릴라전은 스페인을 침략한 나폴레옹 군대를 괴롭혔을 뿐 아니라 그리스 독립전쟁과 주세페 가리발디의 이탈리아 통일전쟁에서 일등공신이었다. 19세기 체첸인·다게스탄인이 사는 카프카스 지역을 침략했던 러시아군은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힘겹게 싸워야 했다.

미국의 베트남전이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전은 막강한 화력의 정규군도 게릴라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규군은 ‘탐색 격멸’엔 능했지만 민심 확보와 신중한 조정, 그리고 지능적 표적화가 필요한 ‘소탕 후 치안유지’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춘 군대가 결국 발을 뺀 이유다.

시대가 변하면 전술도 바뀌게 마련이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술로 위력을 발휘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국제 테러 네트워크로 글로벌 안보를 위협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반란군 25.5%, 정규군 63.6%의 승률을 보였으며 10.8%는 무승부였다. 부록에 실린 1775년 이후 벌어진 443개의 반란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결과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기진 못했어도 투쟁으로 이목을 끌면서 상대의 양보를 일부 얻어냈다.

지은이는 18세기 미국 독립전쟁이 ‘민심을 얻는 측이 결국 이긴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초 오스만튀르크에 대항하는 아랍 봉기를 이끈 ‘아라비아의 로렌스’ TE 로렌스가 “인쇄기는 현대 지휘관의 무기고에서 가장 위대한 무기”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쇄기’를 ‘인터넷’으로 바꾸면 현대에도 통한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저강도 전쟁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이다. 지은이는 보이지 않는 군대와의 싸움은 세계화된 21세기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지적한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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