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승리는 내것”장담/내일 파 대통령선거/유재식특파원 현지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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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들 선거보다 경제에 관심/유세장에 만명이상 청중 몰린때는 몇차례에 불과/시장경제 도입후 「문화궁전」앞은 남대문시장 방불
23일 정오를 기해 폴란드 대통령선거 유세는 모두 끝이 났다.
하루전인 22일 폴란드 여론조사기관중 가장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는 오보프스의 최종 여론조사 결과는 자유노조 지도자 바웬사 38%,총리 마조비예츠키 23%,폴란드 출신 캐나다기업인 티민스키 17%,나머지 3명의 후보가 2∼6%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바웬사의 대통령 당선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기정사실화된 느낌이다.
○“2차투표는 없다”
다만 22일 그다니스크에서 가진 선거전 최종기자회견에서 바웬사가 『2차투표란 있을 수 없다』고 한 장담이 실현될 것인지,아니면 마조비예츠키측의 전략대로 다음달 9일 2차투표까지 갈지 여부만이 관심사가 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오히려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행사보다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쪽에 더욱 쏠리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그동안 선거유세중 1만명 이상의 청중이 몰린 경우는 바웬사가 몇차례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1월의 시장경제 도입후 허용하기 시작한 거리의 노점상에는 발디딜틈 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특히 50년대초 소련이 사회주의형제국간의 우의와 단결을 과시하기 위해 바르샤바 중심부에 세워준 거대한 문화과학 궁전앞 광장은 바자르라고 불리는 노점상들이 점거,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마치 서울의 남대문시장처럼 없는 물건이 없었다. 전자제품에서 식료품·의류·기계류,심지어 중고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팔리는 제품은 대부분 폴란드인들이 독일에서 보따리장사로 들여다 파는 독일제다.
사회주의경제에서 시장경제에로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 것은 바르샤바의 택시들이다.
호텔에서 프레스센터가 있는 국립극장까지 거리는 2㎞ 정도로 같지만 택시를 탈때마다 다른 요금을 내고 탈 수 밖에 없다.
○자가용영업 성행
택시미터기에는 기본요금 30으로 택시마다 같지만 이 숫자에 곱하기를 해 실제로 즐로티화 요금이 되는 숫자는 2백에서 1천까지 다섯배차이가 난다. 무슨 규정이나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택시기사 마음대로다. 한국 대사관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요금이 이처럼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자가용영업도 성행하고 있고 관광객을 상대로 한 택시기사들의 강도사건이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호텔의 나이트클럽이나 길거리에 간혹 BAR라는 간판이 붙은 술집에는 으레 나체쇼·불춤이 등장,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긍정적인 면보다 병폐부터 도입되는 서글픈 현장이다. 시장경제로의 이전을 실감나게 하는 또다른 것은 TV였다.
서방수준보다는 다소 촌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상품광고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식에 투자하라」는 광고는 주식이 어떤 형태로 기업과 개인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어 살아 있는 시장경제입문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TV광고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휴먼테크」「첨단기술의 상징」 등 한글과 함께 등장한 삼성전자의 기업광고였다.
○개혁가속화 기대
실제로 폴란드에서 한국제품에 대한 인기는 대단해 얼마전에는 폴란드 관광단이 소련 여객기를 전세내 한국을 방문,전자제품·안경테·의류 등 3백만달러어치를 들여와 이곳에서 화제가 됐다고 호텔의 한 종업원이 귀띔해주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혁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의 진통은 더욱 클 것으로 많은 폴란드인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폴란드인들은 이 길을 택할 수 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청산해야 할 과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청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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