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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열의는 진짜" "패션리더 영부인"…日 이례적 '오모테나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정상들 간의 솔직한 대화로 한·일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문과 방송들은 이날 하루종일 윤 대통령 부부의 방문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한·일 관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방일 소식을 전하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함께 대응해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전보장을 포함해 일한(한일)·일미한(한미일) 간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 사이의 솔직한 대화가 이뤄져 국교정상화 이후 협력 관계에 기반한 한일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기 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기시다 총리 안내로 태극기와 일장기가 게양된 중앙 단상에 함께 오른 두 정상은 군악대가 애국가와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차례로 연주하는 동안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양국 국가 연주가 끝나자 기시다 총리는 한 발짝 뒤에서 윤 대통령을 안내하며 의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의장대 앞을 지나 한바퀴 돌아 중앙 단상으로 돌아오는 사열 행사는 약 7분간 진행됐다. 비록 약식이지만 한국 대통령이 일본 현지에서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한 건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20년 만이다. 이 때문에 이번이 비록 ‘실무 방문(working visit)’임에도 일본이 공식 환영행사 등에서 ‘국빈 방문(state visit)’에 준하는 예우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만찬 과정 등을 속보로 전달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국제회의를 제외하고 12년 만"이라면서 한일 관계가 "최악의 관계에서 재부상"을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의 윤 대통령은 방일을 통해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 전체에 미친 악순환을 끊으려 하고 있다"며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윤 대통령이 (공약) 실현의 스타트라인에 선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16일 오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AP=연합뉴스

16일 오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AP=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사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마이니치는 윤 대통령을 "일체의 정치 경험 없이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한 이례적인 경력의 소유자"라며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념을 관철하는 모습은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한국에서 '패션리더'로 인정받아 팬클럽까지 존재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경력사칭,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주가조작 등과 같은 '의혹'으로 비판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열의는 진짜" 이례적 환대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후 긴자(銀座)에서 두 차례 식사를 하며 친교를 다지는 것을 '이례적인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로 평가한 보도도 있었다. 후지TV는 당초 정부 내에서는 이런 환대에 대해 신중한 의견도 있었지만, "관계 개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열의는 진짜다", "일본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냉담했던 관계의 회복에는 정상끼리의 신뢰가 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찬을 앞두고 16일 오후 일본 긴자 대로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다. 이영희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찬을 앞두고 16일 오후 일본 긴자 대로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다. 이영희 특파원

TV 아사히도 "회담 후에는 '긴자를 둘러보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희망에 따라, 긴자의 스키야키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양식점에서 오므라이스를 먹는다"고 보도했다. 일본 총리와 외국 정상의 저녁식사는 관저에 인접한 총리공저(공관)에서 개최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외무성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양 정상이 보다 상대를 잘 알 수 있도록 가게를 골랐다. 관계 개선을 위한 최초의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시작 전인 이날 오후부터 긴자 일대에는 경호를 위해 곳곳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됐다. 두 정상이 식사 중인 식당 인근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는 16일 파벌 회합에서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과 만났을 때 "일본에서 맛있었던 것은 오므라이스"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자신이 "지금은 더 맛있는 것이 있다"고 답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아소 부총재는 이어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한 매우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공통의 국익을 생각해 꼭 다시 우호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찬을 하는 일본 긴자 경양식 레스토랑 '렌가테이' 정문. 이영희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찬을 하는 일본 긴자 경양식 레스토랑 '렌가테이' 정문. 이영희 특파원

윤 대통령, "일본도 걸맞은 행동 해야"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16일자 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은 한국 정부가 국민을 위해 대국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며 "(일본도) 걸맞은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합의,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이러한 생각에 호응에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흔들림 없이 계승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그에 걸맞은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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