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16일 정상회담 및 만찬…“지소미아 자연스레 해결”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한ㆍ일 정상회담 및 만찬을 한다. 16~17일 1박 2일 동안 일본을 실무 방문하는 윤 대통령은 정상 회담 외에도 일본 정계와 재계 인사를 두루 접촉하고, 양국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강연도 할 예정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일본 방문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브리핑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방문은 12년간 중단됐던 양자 정상 방문이 재개되는 것으로서,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한ㆍ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출국하는 윤 대통령은 도쿄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으로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오후엔 이번 방문의 핵심 일정인 기시다 총리와의 한ㆍ일 정상회담을 소화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기시다 총리와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앞서 다자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두 번의 회담과 달리 양자 회담 자체를 목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김 실장은 “길었던 한ㆍ일 관계 경색 속에서 양국 지도자가 쉽사리 만나지 못하면서 양국 관계의 정체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이번 방일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양국 간의 본격적인 교류 여건을 정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김 실장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 발표 이후 이행을 포함한 한ㆍ일 관계 전반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경제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정책적 장벽을 해소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양국 정상. 사진 대통령실

2018년 강제징용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은 2019년 불화수소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등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GSOMIAㆍ군사정보보호협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심화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기 위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복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는 다 맞물려 있는 것으로, 어떤 한 부분에서 협의가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그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도 이 관계자는 “잘 작동되고 있지만, 형식적 측면에서 지난 정부가 중단과 보류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며 “한일관계가 개선되면 지소미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만찬을 함께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양 정상이 도쿄 긴자의 노포 두 곳에서 연이어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긴자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뒤, 1895년 창업해 128년 된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로 자리를 옮겨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렌가테이는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특히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방일 이튿날인 17일에는 한ㆍ일 의원연맹,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정ㆍ관계 주요 인사를 만난다. 이 자리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이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찬을 겸한 한ㆍ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경제계의 협력과 교류를 당부할 예정이다. 마지막 일정으로 윤 대통령은 게이오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과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한 뒤, 오후 늦게 귀국한다.

이번 순방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해 기시다 유코 여사와의 만남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