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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각공조 골몰" 비난했던 김정은, 석달 후 ICBM으로 위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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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평양 순안일대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이 지난해 11월 평양 순안일대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뉴스1

한·미·일 3각공조를 비난하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선언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무력 도발로 위협했다. 한·일은 물론 한·미·일 밀착에 대한 군사적 반발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순안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북동쪽으로 약 1000㎞를 비행한 뒤 중국·러시아 접경 수역에 떨어졌다"며 "현재까지 탐지한 근거로 보면 '화성-17형'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미국이)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록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며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2023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전원회의 둘째날에 보고를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TV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2023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전원회의 둘째날에 보고를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TV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의 이런 발언은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한·미·일 3국의 공조 강화가 북한의 의도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3국 공조로 이어지는 만큼 주변국 위협을 통해 대가를 얻으려는 북한의 의도와 역행한다. 또 북한은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을 빼내 북한이 주도하는 남북 양자 관계 속으로 끌어내려 하는 데 3국 협력은 이에는 악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가 지난 13일 시작한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프리덤실드'(FS·자유의 방패)에 대한 반발인 동시에 한·미·일의 밀착을 경고하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실전대응 훈련 과정에서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인 한·일 정상회담 날짜를 택해 ICBM을 발사한 것"이라며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정상화, 북핵문제 공조를 위한 한·일 안보협력 강화 등 정상회담 예상결과에 대한 사전 견제적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 참가전력들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아래부터 위로) 미국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국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대열 제일 앞쪽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해군 제공, 뉴스1

지난해 9월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 참가전력들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아래부터 위로) 미국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국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대열 제일 앞쪽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해군 제공, 뉴스1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이어 일본까지 가세한 훈련이 재개되는 상황도 북한의 무력도발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한·미·일은 지난해 6월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5년 만에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미사일 방어훈련을 함께 실시했으며, 이달 말 FS와 연계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등이 참가하는 한·미·일 연합 항모강습단훈련과 미사일 경보훈련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을 '위력적·공세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이튿날인 12일부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을 이틀에 한 번꼴로 쏘며 무력도발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춘궁기를 앞두고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게 남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만든 ICBM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미·일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강대강 대치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핵·미사일 위협 말고는 마땅히 내세울 카드가 없는 북한 지도부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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