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에 동해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사진 미 공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3/15/0666ce6e-ad91-479d-8213-cbff918fd8d5.jpg)
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에 동해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사진 미 공군]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기간 이틀 만에 미사일을 다시 쏘면서 전례 없는 지역을 발사 장소로 골랐다. 유사시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군 당국의 킬 체인(Kill Chain)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7시41분부터 7시51분까지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약 620㎞를 비행하며 북한 전역을 통과한 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 동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이날 오전 미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과 RC-135U 컴뱃센트가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다.
미사일 종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KN-23 개량형을 공개한 뒤 수시로 시험발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발사에서 눈에 띄는 건 장소다. 북한이 장연이라는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건 처음이다. 한·미의 감시가 소홀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골라 기습 발사 능력을 시험했을 수 있다. 이는 발사 방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읽힌다. 전날(13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프리덤실드(FS)’를 계기로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한·미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는 연합훈련 첫날인 지난 13일 미국 차세대 정찰·전자전항공기(ARES) ‘BD-700 ARES’과 고고도정찰기 U-2S 등을 한반도 상공에 투입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가 최첨단 정찰자산을 동원해 대북 경계·감시 활동을 벌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북한은 지난 9일 남포에서 서해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여섯 발 발사했다. 내륙 호수 중앙 지점에 이동식발사대(TEL)를 밀집해 놓은 뒤 낮은 고도로 발사해 군 당국은 탐지에 애먹었다. 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무기체계를 밀집시켜 발사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연합연습을 염두에 두고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2일엔 처음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쐈다.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쏘는 건 전략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격 수단 다양화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수의 수중 발사 플랫폼까지 활용해 동시다발로 섞어쏘기에 나설 경우 징후 포착과 원점 타격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는 북한이 군 당국의 3축 체계 중 킬 체인을 의식하면서 미사일 운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 정부는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을 일으키는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을 적극 반영해 킬 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북한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여러 장소에서 발사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밝힌 ‘중대한 실전적 조치’를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자신들이 전쟁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한·미에 부각하려는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 발사 외엔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군부를 비롯한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