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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황해도 장연서 처음 미사일 도발…발사 장소 다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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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에 동해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사진 미 공군]

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에 동해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사진 미 공군]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기간 이틀 만에 미사일을 다시 쏘면서 전례 없는 지역을 발사 장소로 골랐다. 유사시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군 당국의 킬 체인(Kill Chain)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7시41분부터 7시51분까지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약 620㎞를 비행하며 북한 전역을 통과한 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 동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이날 오전 미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과 RC-135U 컴뱃센트가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다.

미사일 종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KN-23 개량형을 공개한 뒤 수시로 시험발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발사에서 눈에 띄는 건 장소다. 북한이 장연이라는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건 처음이다. 한·미의 감시가 소홀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골라 기습 발사 능력을 시험했을 수 있다. 이는 발사 방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읽힌다. 전날(13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프리덤실드(FS)’를 계기로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한·미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는 연합훈련 첫날인 지난 13일 미국 차세대 정찰·전자전항공기(ARES) ‘BD-700 ARES’과 고고도정찰기 U-2S 등을 한반도 상공에 투입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가 최첨단 정찰자산을 동원해 대북 경계·감시 활동을 벌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북한은 지난 9일 남포에서 서해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여섯 발 발사했다. 내륙 호수 중앙 지점에 이동식발사대(TEL)를 밀집해 놓은 뒤 낮은 고도로 발사해 군 당국은 탐지에 애먹었다. 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무기체계를 밀집시켜 발사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연합연습을 염두에 두고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2일엔 처음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쐈다.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쏘는 건 전략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격 수단 다양화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수의 수중 발사 플랫폼까지 활용해 동시다발로 섞어쏘기에 나설 경우 징후 포착과 원점 타격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는 북한이 군 당국의 3축 체계 중 킬 체인을 의식하면서 미사일 운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 정부는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을 일으키는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을 적극 반영해 킬 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북한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여러 장소에서 발사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밝힌 ‘중대한 실전적 조치’를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자신들이 전쟁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한·미에 부각하려는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 발사 외엔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군부를 비롯한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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