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상황」 쉽게 알 수 있다/내년 6월부터 「점수제」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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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시간 단위 기준치 연내 설정/수질검사항목 농약등 추가계획
20일 서울대 환경대학원 주최(서울시 후원)로 열린 환경보전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치가 외국보다 크게 완화된 수준이어서 제구실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 환경기준치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환경처가 23일 마련한 개선안은 어떻게 시행될 것인지 알아본다.
◇문제점=현행 대기오염기준치는 77년 만들어진 뒤 83년에 일부 항목만 추가됐을 뿐 13년간 손질되지 않았다.
환경처는 이에 대해 기존의 기준치도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준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해명을 하고 있다.
환경처는 환경기준이 그 나라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맞게 설정되어야 하므로 외국과 평면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가령 공해방지설비가 잘 되어있고 바닷바람 등 지형여건이 유리한 일본의 기준치나 본격적인 산업화 이전 오염이 없던 시절에 만든 기준치를 형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동구권과 우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황산가스의 하루평균 기준치가 미국과는 비슷하지만 일본의 4배,불가리아의 7.5배,소련의 2.6배인 점과 13년간 이 기준치에 수정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환경처의 현실감각부족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표참조>
일산화탄소·오존·질소산화물 등 4종은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외국과 편차가 심한 아황산가스 및 분진의 기준은 점진적으로 하향조정되어야 한다는 데는 환경처도 공감하고 있다.
즉 아황산가스의 경우 현재 하루평균 0.15PPM인 기준치를 2001년에는 0.14PPM 이하로 낮춘다는 등 장기목표만 갖고 있었으며 93년께 손을 본다는 구상이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은 한 시간,하루 등 단기기준 위주로 되어 있으나 우리는 장기인 연평균 위주로 되어 있어 전광판 등의 수치가 「체감치」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령 대기중 아황산가스 농도가 하루중 5시간은 기준치를 훨씬 넘었는데도 하루기준치가 있을 뿐이어서 24시간을 평균하면 기준치 이하 「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환경처가 발표하는 전광판 등의 수치가 일반인들로부터 불신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오존·질소산화물 등 4종은 시간평균치가 있는만큼 문제가 없으나 아황산가스와 먼지는 1시간 기준치를 제정,이를 1시간 전의 측정치와 대비시켜 체감 공해와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물질중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은 「죽음의 비」로 불리는 산성비를 내리게 하며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는 시야가 흐려지고 목을 따갑게 하는 광화학 스모그현상을 야기시키는 물질이다.
수질오염기준치의 경우는 측정대상항목을 늘려야 한다는 논란이 계속돼왔다.
우리의 음용수 수질기준은 일본과 유사하나 구미 각국의 기준과는 설정항목에서 차이가 있다. 원수의 경우 구미에서는 철·망간·페놀 등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도 이를 추가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환경처는 우리의 음용수 수질검사 항목이 29개여서 영국의 51개,캐나다의 34개,미국의 31개에만 뒤질 뿐 일본의 27개,서독의 13개,소련의 14개 등보다 많아 숫자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농약·방사성물질 등 수질항목의 추가여부에 대해 내년중 연구용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개선안=환경기준치에 대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환경처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종합점수지표를 마련,획기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오염물질마다 단위가 PPM·마이크로g 등으로 다르고 기준치로 복잡해 전문가가 아니면 공해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을 뒤늦게나마 개선키 위한 것이다. 이같은 감각적 지표는 현재 미국에서만 PSI(오염표준지표)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환경처는 올연초부터 이를 연구해오다 실시시기를 내년 6월로 앞당긴 것이다.
환경처는 내년에 새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기존의 전문적 기준치는 「행정목표」로 계속 활용한다는 방침이나 기준수치는 내년중 강화하는 안을 만들어 93년께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93년에는 5개 정유사의 탈황시설이 완료되고 도시가스 보급도 확충되는 등 대기오염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시간 단위 기준치문제는 지난 9월 공청회가 열렸었으며 연내에 그 기준이 설정된다.<김일 기자>
□각국의 대기환경 기준 (하루평균치)
구 분 아황산가스(PPM) 먼지(㎍/㎥) 오존(PPM)
한 국 0.15 300 0.1
스페인 0.15 300
이탈리아 0.15 300
미 국 0.14 150 0.12
캐나다 0.11 120 0.08
독 일 0.06 150
일 본 0.04 100 0.06
소 련 0.058 150
불가리아 0.02 150
(*미국·일본의 먼지기준은 10μm 이하의 미세한 입자만 측정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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