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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기현 당선과 ‘소용돌이 정치’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2023.3.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2023.3.8 연합뉴스

1. 국민의힘 새 대표로 김기현 후보가 8일 당선됐습니다.
과반득표(52.93%) 압승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김기현은 경선 직전까지만 해도 유승민ㆍ나경원ㆍ안철수에 뒤졌습니다. 윤심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2.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헨더슨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당시 서울에 온 미국 외교관입니다. 1963까지 두 차례 한국근무를 마치고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자로 변신, 한국정치의 고전을 남겼습니다.

3. 헨더슨은 한국정치를 ‘흙먼지를 빨아올리며 치솟는 회오리 바람’에 비유했습니다.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모든 권력이 최상위 정점으로 집중돼 있습니다. 둘째, 권력을 분산할 중간집단(종교나 지방권력 등)이 취약합니다. 셋째, 동질적인 국민들은 단일한 가치(정치권력)를 향해 몰려듭니다. 강한 상승기류가 자연스럽게 소용돌이 정치를 만듭니다. 치열한 정쟁에 휘말려 다양성이 자라지 못합니다.

4. 권력의 최정점은 대통령입니다.
헨더슨이 경험한 대통령은 이승만과 박정희입니다. 그래서 헨더슨은 대통령이 조선왕조 임금처럼 절대권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절대권력을 향해 빨려올라가는 소용돌이 정치가 느껴집니다.

5. 소용돌이 정치가 아직도 민심에 뿌리내리고 있음도 느껴집니다.
8일 KBS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40%를 넘었습니다. 국정수행지지도 40.4%에 비해 부정평가가 55.9%로 여전히 더 높지만 지지율 상승세는 맞습니다.
전당대회 관련 ‘대통령의 개입’을 묻자 절대다수인 68.5%가 ‘개입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윤심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셈입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6. 윤석열 대통령 2년차가 10일 시작됐습니다.
절대권력 대통령의 5년 임기중 최강성기입니다. 집권 1년차는 정신 없이 지나가고, 2년차엔 국정장악 자신감에 충만해진다고 합니다. ‘당정일체’를 구현한 전당대회는 자연스러운 한바탕 소용돌이였나 봅니다.
〈칼럼니스트〉
202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