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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Digital Bank Run’과 ‘Viral Pani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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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시리콘밸리은행 SVB (Silicon Valley Bank) 로고가 부서진 유리 사이로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 연합뉴스

시리콘밸리은행 SVB (Silicon Valley Bank) 로고가 부서진 유리 사이로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 연합뉴스

1.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전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내 16번째 순위인 이 은행은 지난 금요일 파산했습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의 악몽이 소환됐습니다.

2. 전격적인 사태의 전개과정이 특별히 주목됩니다.

-8일(수) SVB ‘보유자산매각 손실(18억 달러)로 증자 추진’발표.

-9일(목) 오전 10시 메신저(슬랙)을 통해 소문 나면서 뱅크런(Bank Run) 본격화.

-10일(금) 캘리포니아 주정부 은행폐쇄. 연방예금보험공사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

-12일(일) 연방정부 ‘예금보호 한도(25만 달러)이상 전액 보장’발표.

3. 전례없는‘디지털 뱅크런 (Digital Bank Run)’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몇번 두드림으로 돈을 뺄 수 있었기에 순식간에 은행 보유자산(2000억 달러)의 25%가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뱅크런은 달리는 속도가 빛과 같습니다. SVB 예금주 대부분이 스타트업입니다. 반응이 더 빠릅니다.

4. 이를 가속화한 것은 ‘바이럴 패닉 (Viral Panic)’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기계보다 더 빠릅니다. 메신저와 SNS를 타고 ‘SVB 위험’사인이 확산(Viral)되면서 이용자들의 공포심(Panic)이 폭증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판단력도 빠르지만 성격도 급합니다.

5. 이에 대응하는 미국정부의 반응도 광속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장 출신으로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이 주말을 넘기지 않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예금을 전액 보장해줌으로써 뱅크런 확산을 막았습니다. 대신 구제금융은 없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자들을 더 배부르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6. 다행히 2008년 같은 금융위기는 아닐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불안은 남습니다. 디지털과 금융, 이에 더해 인간의 탐욕과 공포까지 결합되면 휘발성이 폭증합니다. 이상의 오감도처럼 불안합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 아해가…’
〈칼럼니스트〉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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