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 1순위' 믿었다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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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지난달 9일 김모(52)씨는 인터넷에서 40인치 LCD TV를 180만원에 판다는 글을 발견했다. 시중가보다 200만원 싼 가격이었다. 김씨는 판매자 이모(21)씨에게 전화를 했다. 이씨는 "요즘 온라인 사기가 많으니 인터넷 검색창에서 '안전거래'를 입력하고 제일 먼저 나오는 사이트를 이용하라"고 얘기했다. 김씨는 '올포유'란 안전거래 사이트를 통해 18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씨는 돈만 받고 잠적했다.

#2.같은 날 컴퓨터 중고 거래 사이트에 최신형 노트북을 150만원에 내놓은 장모(32)씨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이씨였다. 이씨는 "내가 지방에 있으니 안전거래를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장씨는 이를 믿고 이씨에게 노트북을 택배로 보냈다. 하지만 이씨와의 연락은 곧 끊겼다.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로 신종 인터넷 사기행각을 벌인 이씨에게 당한 피해 사례다. 이씨는 지난달 2일 '올포유'라는 가짜 에스크로(안전거래) 사이트를 만들었다.

에스크로는 온라인 거래에서 제3자가 구매자의 대금을 맡아 두고 있다가 상품 배송이 확실하게 끝난 뒤 판매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안전장치다. 이씨는 가짜 사이트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검색어 광고를 냈다. 네이버 검색창에 '안전결제'라는 단어를 입력할 경우 결과물 중 1순위로 '올포유'가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비용은 한 달에 5만원 정도. 피해자들은 네이버와 같은 곳에서도 검색이 되니 '올포유'가 실제 운영되는 안전결제 사이트인 것으로 믿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씨는 47명에게 LCD TV.카메라.명품 등을 싸게 파는 것처럼 꾸며 5500만원을 챙겼다. 일부 사기 피해자들은 "사기 사이트를 확인 안 하고 검색어 1순위로 올려 큰 손해를 봤다"며 네이버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1일 이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털 검색순위는 대부분 광고료를 내면 상위에 올려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정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검색어 광고에 신뢰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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