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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의장, 젤렌스키 초청 거절 "우크라 굳이 갈 필요 없어"

중앙일보

입력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개적인 우크라이나 방문 요청을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하며 "매카시 의장은 아직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와서 전쟁이 우리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봐달라"고도 했다. 또 "미 국회의원들이 여길 방문하면 포탄과 총알, 지원 금액이 어디로 가는지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사진)이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초청을 거절했다. 로이터=뉴스1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사진)이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초청을 거절했다. 로이터=뉴스1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 국회의원 일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낸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보낸 전쟁 물자 일부가 암시장에서 유통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카시 의장을 포함한 공화당 지도부 내에선 우크라이나에 '묻지마 지원'은 안 된다는 부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CNN과 인터뷰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CNN과 인터뷰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매카시 의장은 이 공개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CNN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백지수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백지수표 지원 여부를 확인하러 내가 우크라이나에 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대 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방문해 무공을 세운 병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대 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방문해 무공을 세운 병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황이 보고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곧 점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바흐무트가 며칠 내로 함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대표인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이날 "바흐무트의 동쪽 구역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너그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 당국 모두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역시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한 뒤 동쪽 지역을 점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지난 8일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마르스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국방장관 비공식 회의에 도착해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지난 8일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마르스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국방장관 비공식 회의에 도착해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병합지를 완전히 점령할 '발판'으로 보지만, 서방은 전황에 영향을 줄 만큼 '전략적인 요충지'는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바흐무트 함락이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어떤 전환점이 되는 건 아니다"며 "러시아를 얕봐서는 안 된다는 점 정도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해도 계속 진격할 수 없도록 바흐무트 서쪽 지역에 이미 방어진을 강화했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지난해 자국 영토로 병합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요새 도시로 지난 6개월간 격전이 지속했다. 전쟁 전만 해도 인구 7만명에 러시아 제국 내 최대 소금산지로 알려졌던 이곳은 무차별 포격으로 폐허가 됐다. 지난 7일 기준 바흐무트에는 민간인 약 4000명만 남아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미국 정보당국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사진) 국가정보국장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러시아는 탄약과 병력이 부족해 향후 점령지를 지키는 데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미국 정보당국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사진) 국가정보국장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러시아는 탄약과 병력이 부족해 향후 점령지를 지키는 데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그러나 앞으로는 단기간 내에 러시아가 '바흐무트 격전'과 같은 공세를 펼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보당국의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은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러시아는 탄약과 병력이 부족해 향후 점령지를 지키는 데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1조4000억 규모 탄약 지원

유럽연합(EU)이 최소 10억 유로(약 1조 4000억원) 규모의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EU 27개국은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대한 무기 금융지원 등을 꺼려왔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같은 금기를 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 없는 규모로 탄약이 소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전투가 한창일 때 러시아군이 영국군의 전체 비축분보다 더 많은 탄약을 이틀 만에 소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자국군에 "월 최소 35만6300발의 포탄이 필요하다"며 EU 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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