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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7만명→4500명…러 파상공세에 생지옥 된 바흐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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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 최전선 동부 돈바스 도시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영국 국방부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4일 바흐무트의 한 마을에서 참호를 파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최전선 동부 돈바스 도시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영국 국방부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4일 바흐무트의 한 마을에서 참호를 파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8개월째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가 결국 러시아군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군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일각에선 '제2의 마리우폴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5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한채 이곳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우크라이나군과 수개월간 전투를 이어간 바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 용병이 바흐무트 북쪽 교외로 진입했다"며 "도시 3면이 러시아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우크라이나군은 점점 더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이날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포위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의 공격을 여러 차례 격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둘러싸면서 외부와 이어진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도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무트 공세를 주도 중인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실상 바흐무트는 포위됐다"며 "우크라이나군은 오직 하나의 퇴로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바흐무트와 인근 마을을 연결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보급선 교량 2개가 파괴됐다고 DI가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철수를 준비하면서 교량을 폭파했다"며 "바흐무트로 향하려는 러시아군의 진입로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일부에서 퇴각을 준비 중이며, 인근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쪽으로 새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지속적으로 항전 결의를 표명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마르첸코 바흐무트 부시장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시내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버티면서 그들(러시아군)은 아직 도시를 장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사령관과 지상군 사령관도 잇달아 바흐무트 최전선 지역을 방문해 러시아군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4일 바흐무트 인근 마을에서 105㎜ 곡사포를 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4일 바흐무트 인근 마을에서 105㎜ 곡사포를 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점령이 현실화되면서, 이곳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5월 마리우폴 전투 때처럼 항복을 강요당하며 시가전을 이어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바흐무트가 러시아 수중에 넘어가도 우크라이나군에 별다른 타격은 없다는 예상도 나왔다. NYT는 군사 분석가들을 인용해 "바흐무트의 군사 전략적 중요성은 그닥 크지 않다"면서 "지난해 7월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는 상징적 의미 정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흐무트는 도네츠크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 등 북부 지역으로 점령지를 확대하기 위한 길목에 해당한다. 전쟁 전 인구 7만여 명에 달했던 바흐무트에선 8개월째 최전방 전투가 지속되며 인구가 불과 4500명으로 줄었다.

외신은 폐허가 된 바흐무트가 사실상 생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바흐무트 인근에선 임시로 구축한 다리를 건너려던 민간인 남녀 3명이 러시아군 포격에 숨지기도 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은 밝혔다. 바흐무트 주민은 가디언에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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