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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일관계 건전한 관계로…한·미·일 협력강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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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한국 정부가 6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국내 재단이 배상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일본은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관철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호응 조치’ 중 하나로 거론됐던 피해자에 대한 사죄 의사 표명은 “역대 (일본) 정권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로 대신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략 환경에 입각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면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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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양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당초 한국 정부가 해결 방안을 발표하면 기시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한 과거 일본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발표하리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기시다 총리는 국회 질의응답 형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대신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는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공식 발표를 함에 따라 일본 정부도 발표자를 하야시 외무상으로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한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앞으로 양국 간 정치·문화·경제 관계가 심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한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앞으로 양국 간 정치·문화·경제 관계가 심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향후 일본 기업들이 재단 기부에 참여하는 데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를 용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이번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재단에 대한 거출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부로서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의 자발적인 기부활동 등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본건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 배상을 위한 재원 마련에 참여하지 않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는데 이날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그간의 입장을 완화해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며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막지는 않겠다는 뜻을 처음 내비친 만큼 향후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스탠퍼드대학 소속 한·일 관계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를 인용해 “이날 발표는 매우 정치적으로 취약한 타협안”이라며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할 책임은 이제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 한국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어쩌면 그 이상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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