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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일 굴종외교” 양금덕 할머니 “일본, 사죄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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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운데)가 6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 산하 피해자 지원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발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양 할머니는 이날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운데)가 6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 산하 피해자 지원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발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양 할머니는 이날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는 6일 정부가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국내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양 할머니는 이날 광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정부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본 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피고 기업 참여 없는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보지 말라”며 “반드시 (일본 측이) 사죄를 먼저 한 다음에 다른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는 모두 15명(원고 기준 14명)이다. 이 중 양 할머니는 정부가 발표한 해법인 제3자 변제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또 다른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 김성주 할머니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 할머니와 유사한 입장이다.

반면에 돈의 출처와 관계없이 빠른 배상을 원하는 일부 피해자 유족들도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A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 년간 끌고 온 만큼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매듭을 지어줬으면 한다”며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닌 만큼 더는 해결을 미루지 말고 죽기 전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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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외교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간 집단면담에서도 한 피해자 유족이 박진 장관에게 “징용 피해를 당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3세에게 대물림할 순 없다”며 신속한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어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도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를 향한 사죄와 배상이 없다면 어떤 해법도 인정할 수 없다”고 외쳤다. 야당은 “일본에 대한 항복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결국 역사의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짓밟는 2차 가해이며,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고도 했다. “(정부 배상안은) 역사의식이 없는 대일 굴종 외교의 끝판왕”(정청래 의원),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대한민국을 팔아먹겠다는 뜻인가”(장경태 의원)란 비난도 쏟아졌다.

민주당·정의당·무소속 등으로 구성된 ‘강제동원 사죄, 전범기업 배상 촉구 의원모임’ 소속 의원 44명은 국회에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제3자 변제안의 파기를 요구했다. 이 모임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실제 (강제징용) 소송에 참여한 분들이 7일 기자회견과 촛불집회를 연다. 시간이 되는 의원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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