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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깨며 "씨발라 먹을까"…이재명 재판 날 민주당사 앞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박들 꺼져!" "꺼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에 처음 출석한 3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더불어 수박깨기’ 행사가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당시 당내 이탈표가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 내에선 파장이 일었다. 이에 이 대표 지지층이 가결이나 기권표 등을 던진 당내 의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에 빗대 이들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날 오후 5시쯤 열린 이날 집회에는 진행자 등 15명이 현장을 찾았다. “수박들 꺼져”라는 구호와 함께 주먹으로 수박을 깬 이들은 수박을 나눠 먹으며 “수박 정말 맛있다. 씨까지 발라먹고 싶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정병곤씨는 “원래 수박이 이렇게 달아야 하는데 민주당 수박은 왜 쓴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수박을 던지고 깨부수고 싶다”며 “당에서도 수박 쓰지 말라고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의원 다시는 뽑지 않아야 돼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25㎝ 길이의 수박 모형 풍선 수십개를 바닥에 놓고 이를 밟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수박 모양의 모자를 쓰고 나온 이도 있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현장에 나온 A씨(60대)는 “2년 전부터 권리당원인데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에 가결표 던진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3일 오전 10시 30분 무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에 모여 있다. 이병준 기자

3일 오전 10시 30분 무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에 모여 있다. 이병준 기자

같은 날 오전, 서울 서초동은 이 대표의 법정 출석에 반으로 갈라졌다. 재판이 시작되기 1시간 반 전인 오전 9시부터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엔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이 모여들었다. 파란색 외투를 입거나 파란 목도리를 메는 등 옷차림을 한 지지자들 60~70명은 법원으로 올라가는 도로 한쪽에 서  ‘검사독재 규탄하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20~30명에 불과하던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법정 출석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차 불어났고, ‘이재명’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고 함께 따라 불렀다.

맞은편 법원로 서편에는 보수단체 애국순찰팀 등 반대파 20여명이 무대와 방송 차량을 설치하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 퇴출은 국민의 명령’ ‘이재명 구속이 민생입니다’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국민들 리(이)재명 탄핵 선언’ 등의 현수막을 도로변에 걸기도 했다. 이 대표의 출석 시간이 다가오자 이들은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틀며 “이재명 구속”을 연호했다. 경찰은 기동대 5개 중대와 여경기동개 1개 제대를 법원 인근에 배치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이재명으로 쪼개진 서초동…시민들 간 고성·몸싸움도 

검찰 출석 때와 달리 이날 오전 이 대표는 법원 앞에서 차에서 내려 바로 법정으로 직행했다. 취재진의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법원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대거 법원 쪽으로 달려가다가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와 반대파 사이에서 “빨갱이 XX” “꺼져라”는 등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선 뒤에도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은 법원 앞에 모여 서서 “이재명을 구속하라” “이재명은 죄가 없다”를 연달아 외쳤다.

3일 오전 이재명 대표가 법정에 출석한 이후 법원로 서편에서 한 보수단체 지지자가 이 대표를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이병준 기자

3일 오전 이재명 대표가 법정에 출석한 이후 법원로 서편에서 한 보수단체 지지자가 이 대표를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이병준 기자

오전 재판이 끝나고 오후 법정에 다시 출석하면서 이 대표는 “(검찰은) 김만배(화전대유 대주주)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선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선 압수수색, 그 다음 수십 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기소했다. 이 부당함에 대해선 법원이 잘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 김문기 전 처장을 알았냐는 질문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거짓 답변한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3일을 시작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이 대표 사건을 심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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