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협력 파트너” 윤 대통령 제안에 일본의 화답 기대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파트너'로 부르면 한·일 안보·경제 협력을 역설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파트너'로 부르면 한·일 안보·경제 협력을 역설했다. [연합뉴스]

첫 3·1절 기념사서 “가치 공유, 안보·경제 협력” 강조

일본도 전향적·대승적으로 징용 등 현안 해결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방점을 찍어 한·일 안보·경제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협력이 그만큼 긴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강제징용 등 한·일 현안 타결을 도모하는 시점이라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화답을 끌어내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첫 3·1절 기념식에서 약 5분간 1400자 정도의 극히 짧은 연설문을 낭독했지만, 자유·헌신·기억·평화·미래·번영 등의 가치를 두루 역설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며 한·일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일본에 대한 이런 언급은 지난해 8·15 경축사보다 진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엔 협력 파트너로 격을 끌어올렸다. 이런 인식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번에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민감한 실무 현안을 직접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예컨대 최대 이슈인 강제징용 해법을 재론하지도, 일본의 양보를 촉구하지도 않았다. 국장급·차관급·장관급 협의를 계속 진행해 온 상황에서 일본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외교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야당이 국내 정치적 목적에서 이렇게 꼬집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치 현실을 직시하면 지금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할 때란 지적이 다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유 진영과 독재 진영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하는 현실을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래를 주도할 한·일의 청년(MZ)세대는 오히려 과거에서 벗어나 상대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양국 정치인들은 과거 관성이나 정치적 이해에서 탈피해 공존과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전향적·대승적 자세로 현안을 풀어 윈-윈의 호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지금 한·일은 서로 등을 돌릴 때가 아니라 마주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