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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로봇에 맡긴다는 최전방 경계 근무, 안보 구멍은 없겠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최전방 경계 작전에 투입된 병사가 철책에 설치한 과학화경계시스템(광망)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광망은 철책에 설치하는 그물 모양의 감지장비로, 누군가 접근해 건들면 상황실에 경보가 울린다. [중앙포토]

최전방 경계 작전에 투입된 병사가 철책에 설치한 과학화경계시스템(광망)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광망은 철책에 설치하는 그물 모양의 감지장비로, 누군가 접근해 건들면 상황실에 경보가 울린다. [중앙포토]

군, AI로봇·드론 등 ‘유·무인 복합시스템’ 도입하기로

병력 부족 따른 고육책이나 첨단 장비 맹신은 금물

군이 최전방 철책선 경계 근무에 ‘유·무인 복합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병사들이 24시간 철책선을 순찰하고, 북한군의 침투에 대비하던 자리에 인공지능(AI)을 갖춘 드론·로봇을 투입하고 무인 초소로 대체하는 게 골자다. 최전방의 경계 병력을 뒤로 물리되 북한군의 공격이나 침투를 첨단 감시 장비로 포착하면 병력을 즉각 투입하는 방식으로 작전 환경과 개념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개념을 완성한 뒤 내년에 전방 사단 한 곳에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군은 10여 년 전부터 수천억원을 들여 철책선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철책선을 건드리면 해당 부대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경보를 울리는 감응형 철책이나 병력 한 명이 열상감시장비(TOD) 한 대에 달라붙어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경계와 감시의 대부분을 인공지능과 첨단 장비에 맡기겠다는 것이 달라지는 점이다.

그동안 철책 너머 북한군은 잠을 자는데도 우리 병력은 경계근무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육군 병사의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됐고,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군 복무 대상 자원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 군 병력이 50만 명을 밑돌고, 2043년에는 33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60만 대군’이란 표현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국방부의 이번 방침은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대처한다는 측면도 있다. 병력 운용에 숨통을 터줄 수도 있다. 그러나 첨단 장비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자칫 최전방 경계 태세에 빈틈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군은 기회 있을 때마다 ‘물 샐 틈 없는 경계’ 또는 ‘완벽한 대비 태세’를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땠나. 북한군이 철책을 넘어와 한국군 초소를 두드린 뒤에야 귀순 사실을 인지한 ‘노크 귀순’ 사건을 국민은 생생히 기억한다. 목선 귀순, 오리발 귀순, 철책 월북, 임진강 수영 월북 사건 등 과학화 감시 장비를 운영하는 와중에 드러난 군의 허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선 한국군이 도입한 중국산 폐쇄회로(CC)TV가 중국발 악성코드에 감염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첨단 감시 장비를 맹신할 경우 얼마든지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증거들이었다.

국가 안보는 한번 망가져 사고가 난 뒤에는 대책이 없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고장이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장비를 운용·감독할 지휘관과 병사들 먼저 투철한 정신무장과 만반의 경계 태세를 갖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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