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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힘들게 SM주가 띄웠나…‘66만주’의문의 계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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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SM 발행주식의 최대 25.0%를 사들이는 공개매수가 28일 종료됐다. 지난달 22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사들인 하이브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시장이 하이브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경영권의 향방은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M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청약 마감을 앞두고 전날보다 6.1% 오른 12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하이브의 매수가 12만원을 크게 웃돌면서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사무를 맡은 삼성증권은 이날 “공개매수에 응한 물량은 결제일인 6일 공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SM 주가를 끌어올린 건 한 기타법인이었다. 기타법인은 기관 투자자를 제외한 일반법인을 말한다. 한국거래소는 “기타법인 단일 계좌에서 66만6941주(SM 전체 발행주식의 2.8%)가 순매수돼 다음 거래일인 3월 2일 하루 동안 SM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목표한 물량 매수에 성공한다면 카카오-SM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시작된 지난달 10일 11만4700원이었던 SM 주가가 닷새 만에 12만원을 돌파했고, 16일엔 13만19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약간의 등락이 있었지만, 결국 하이브가 제시한 매수가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공개매수 마감 직전까지 하이브와 SM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하이브는 이날 SM 주식 대규모 매입 거래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달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선 SM 전체 발행주식의 2.9%에 달하는 68만3398주가 한 기타법인 계좌에서 거래됐다. 이날 SM 주가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13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이브는 “시세를 조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조용했던 카카오의 등판이 시장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 경영권 분쟁 관련 첫 공식 입장을 냈다.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SM과의 파트너십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현재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M의 주가가 12만원을 웃돌면서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불러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유치한 투자금 중 일부인 8975억원을 지난달 24일 확보했다. 카카오는 이 중 4500억원을 타법인 지분 취득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남은 변수는 이수만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법원에 이해관계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엔 하이브가 승기를 잡게 된다.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취소돼 카카오는 사실상 보유한 지분이 없는 상태에서 인수전을 이어가야 한다. 반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9.05%의 지분을 갖고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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