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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하이브에 인수되면 SM 가수는 뒤로 밀릴 것…K팝 경쟁력 떨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철혁 SM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 유튜브 캡처

장철혁 SM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 유튜브 캡처

하이브의 이수만 창업자 지분 인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해온 SM엔터테인먼트가 또다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인수는 K팝 산업의 성장이 아닌 하이브만의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며, SM 기업가치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표심에 호소하는 SM 경영진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 1조원 투자에 실사 요청 안 해”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SM은 20일 오전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SM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장철혁 이사는 “SM의 새로운 비전과 미래인 ‘SM 3.0’이 발표되자마자,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이어 경쟁사의 적대적 M&A 시도가 논의되고 있다”며 “이것은 그동안 글로벌 넘버원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꿔왔던 600여 SM 임직원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뿐만 아니라 팬, 아티스트들과 함께 추구하여 온 SM만의 가치와 자부심까지 모두 무시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장 이사는 하이브가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인수인데도 SM에 실사 자료 제공 협조 요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린 점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실사 없는 졸속 처리”라면서 “기업 거버넌스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들이 SM을 인수하게 되면 SM 역시 취약한 거버넌스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앨범 발매 연 100회 제한  

이수만(왼쪽)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이수만(왼쪽)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또 하이브가 SM의 업계 경쟁자이기 때문에 SM 실적에 부정적 측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음반, 음원 시장에서 메이저급 아티스트는 보통 월요일, 금요일 신보 및 신곡 발매한다. 앨범 발매 가능한 날이 연간 약 100회로 제한된 상황에서 이미 하이브 소속 레이블 아티스트들만으로도 발매 시기가 포화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 SM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 후 순위화 ▶인수 후 SM이 하이브 팬 플랫폼을 이용하게 될 경우 단순 일부 라이센싱 수익을 늘릴 뿐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며 ▶팬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놓치게 돼 신성장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 ▶‘SM 3.0’ 전략 추진을 위한 신규 사업 기회가 하이브 100% 지분 보유 자회사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아울러 SM 아티스트가 위버스 플랫폼에 입점할 경우 이는 하이브의 추가 수익 창출만을 위한 것일 뿐, SM의 지식재산권(IP)이 하이브에 귀속돼 SM 자체 플랫폼 사업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SM브랜드마케팅, 드림메이커 지분도 함께 인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두 회사 고객이 SM 이외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양사의 지분 가치는 SM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SM브랜드마케팅은 굿즈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드림메이커는 공연 기획 및 제작을 맡고 있다. 장 이사는 “하이브가 이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두 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이번 딜(계약)을 통해 별도로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이브·SM 공연 수익 89% 독과점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명을 냈다. 사진 이성수 대표 유튜브 캡처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명을 냈다. 사진 이성수 대표 유튜브 캡처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 이사는 “SM과 하이브 양사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기획사로, 두 회사가 합쳐진다면 전체 시장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사의 음반, 음원 수익 합산하면 70%, 공연 수익 합산하면 89%로 K팝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독과점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것은 결국 팬들”이라며 그 예로 하이브 산하 여러 레이블의 공연 티켓 가격 상승을 언급했다.

M&A 추진 과정 문제도 지적했다. 하이브 측의 구주 인수와 공개매수는 같은 날 공시된 하나의 거래이기 때문에 공정위 사전 심사를 거쳐야 했는데, 공정위 심사 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하이브 때문에 SM이 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는 “지분 인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추후 이루어질 공정위 심사는 SM의 미래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만일 독과점 이슈로 인해 기업결합신고가 반려된다면 대량의 SM 지분이 시장에 쏟아져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조건부 결합 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하이브에서 공정위가 제시한 시정 조치 실행을 위해 피인수사인 SM의 사업 규모를 축소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SM 주가 6% 하락세 전환  

한편, 이날 SM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2시 35분 기준 SM은 전 거래일보다 7000원(5.38%) 떨어진 12만3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장중 한때 6.46% 떨어진 12만1700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SM C&C(-3.01%)와 SM Life Design(-6.14%)도 떨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공개매수 종료까지 현재 제안한 가격(12만원)을 상향 조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1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주당 12만원에 SM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있다. 지분 40%가량 확보가 하이브의 목표다.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SM 실적은 호조세다. SM은 이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8% 늘어난 2564억원으로 집계됐다. NCT드림과 레드벨벳 등의 음반 판매량이 자체 기록을 경신했고, 국내외에서 NCT127, NCT드림, 슈퍼주니어 등의 콘서트가 35회 진행돼 콘서트 매출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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