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두렵지만…경제난 봉착한 北, 북·중 트럭 교역 재가동

중앙일보

입력

2011년 5월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취안허 (圈河) 세관앞에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로 건너가기 위해 훈춘창리해운물류유한회사 소속 덤프트럭들이 아스팔트와 스티로폼 등을 싣고 세관으로부터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5월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취안허 (圈河) 세관앞에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로 건너가기 위해 훈춘창리해운물류유한회사 소속 덤프트럭들이 아스팔트와 스티로폼 등을 싣고 세관으로부터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주택건설과 온실농장 착공식 현장에 잇달아 방문한 날 북·중 간 주요 육상 교역로 중 하나인 나선~훈춘 세관의 트럭 통행이 2년여 만에 다시 이뤄졌다.

일본의 영자지인 닛케이 아시아는 16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일부 선적 재개에 합의했고, 나선∼훈춘 사이 트럭 통행이 2년여 만에 재개되며 무역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동북부 훈춘 세관의 재가동은 중국의 곡물과 상품이 두만강 인근에 있는 북한의 나진·선봉(나선) 경제무역구로 향하게 된다는 의미다.

북한은 코로나가 본격화하자 2020년 1월부터 해외여행을 금지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엔 트럭·배·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까지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화물열차를 시작으로 이번엔 트럭도 통행을 다시 가능하게 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 이전 기준으로 북·중 교역은 북한의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했다. 열차에 이어 트럭도 길이 열리면서 양국 간 교역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도 코로나 상황이 변수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 내 코로나의 대규모 확산 상황이 안정화 단계 접어들고 있지만, 새로운 변이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닛케이도 "최근 움직임은 단지 한 걸음 앞으로 나간 것"이라며,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훈춘세관이 재가동했지만, 서비스는 불규칙하다"고 전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상황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국방·건설뿐이었다"며 "의약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북한이 코로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중 교역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식량 상황까지 악화될 정도의 경제난 타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전날(15일) 개최된 강동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해 착공의 첫삽을 떴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전날(15일) 개최된 강동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해 착공의 첫삽을 떴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무역 확대를 시도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그나마 자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군의 인력과 장비 등을 활용한 건설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군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 개최한 데 이어, 15일엔 평양 화성지구 주택 건설사업 2단계와 강동지구 온실농장 착공식 현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평양 주택지구 건설사업은 북한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계획으로, 2025년까지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주택을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은은 2021년 3월 송신·송화지구 시작으로 지난해 화성지구 건설사업 착공식, 그리고 올해 화성지구까지 3년 연속 주택지구 착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온실 농장의 경우에도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서 "남새(채소) 공급의 중요성과 함께 대규모의 온실농장을 각 도에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이러한 행보는 표면적으론 열병식에 이어 민생 관련 현장을 찾아 민심 다독이기에 나선 모양새에 가깝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상은 핵심계층 챙기기의 일환"이란 해석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평양에 대규모 주택지구와 온실을 건설하는 것은 사실 전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당·정·군 핵심 계층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성격이 강하다"며 "김정은이 대규모 야간 열병식을 통해 군부의 충성을 끌어낸 데 이어, 이번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사업 현장에 방문함으로써 보다 강한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