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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배고픈데…北, 주민 대대적 동원 '초대형 열병식'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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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지난해 4월 북한군의 시원이라 주장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25일)을 기념해 진행한 야간 열병식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해 4월 북한군의 시원이라 주장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25일)을 기념해 진행한 야간 열병식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건군절·2월 8일)을 계기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열병식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군이 평양 상공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야간 비행 훈련을 하는 등 예행 연습을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오는 8일 자정 이후 새벽 또는 저녁에 열병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軍 "北 열병식 동향 예의주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 동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해 연말부터 해당 지역에 대한 차량과 인원 등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행사일이 다가온 만큼 좀 더 면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미국의 소리(VOA)도 민간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전날 오전 김일성광장 일대를 촬영한 '붉은 빛'의 물체가 포함된 사진을 공개했다. VOA는 "본격적 예행 연습 때 연출되는 '붉은 빛'이 어김없이 나타났다"며 "위성사진에 포착된 인파는 김일성광장 연단, 그중에서도 관중 좌석 부분에 몰려있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일성광장에 동원된 군중들이 빨간색 수술과 꽃 등을 손에 쥐고 있어 인파가 운집한 곳은 위성사진에서는 붉은 색의 대형점으로 보인다는 게 VOA의 설명이다. 김일성광장 서쪽 지대에선 지난달 21일에도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대형 글자를 조합하는 인파가 식별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와 38노스도 최근 보도에서 김일성광장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군중들이 '2·8'과 '75' 등 대형 글자를 만들어낸 것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오는 8일 대규모 열병식 준비하고 있다는 추정을 내놨다. NK뉴스는 북한군이 심야 시간에 전투기를 동원한 예행 연습을 진행했으며, 전투기 곡예비행을 선보이는 불꽃 에어쇼 연습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김일성광장에 대형스크린과 조명탑이 설치됐고, 열병식에 동원되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텐트도 관측됐다고 전했다.

북한 조선우표사가 이달 1일 발행한 신년 기념 우표의 모습. 우표에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가 대거 공개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우표사가 이달 1일 발행한 신년 기념 우표의 모습. 우표에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가 대거 공개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배고픈' 주민 대대적 동원…이례적 농업 전원회의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평양 김일성광장과 미림비행장 일대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지난 4일에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약 30개의 병력 대열이 포착됐는데,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한 대열을 약 300명 정도로 꾸렸던 것을 고려하면 약 9000명 정도가 열병식 예행 연습에 투입될 정도의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대적인 군사 열병식이 준비되는 와중에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정형을 총화하고 당면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전원회의확대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해당 회의 소집을 결정한 정치국은 특히 "당면한 농사에 필요한 해당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며 "농업 발전에서의 근본적인 변혁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식량과 직결되는 농업을 '당면한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고 언급한 점과 관련 "국제 제재 속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미사일 도발을 지속해온 북한이 실질적 식량난에 봉착했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12월 전원회의에서 향후 10년을 목표로 식량 자급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농업의 획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인식했을 가능성 크다"며 "먹는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군사적 긴장 고조 국면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북한도 크게 부담을 갖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11월 2일 하루에 발사한 25발의 미사일에 투여된 자금은 75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북한의 1년치 쌀 수입액과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열병식을 위해 대규모로 주민들을 동원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을 거란 관측이다.

실제 북한이 오로지 '농업' 문제만을 다루기 위해 당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정부도 이러한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를 개최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소 이례적인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오후 방한 중인 정 박(Jung Pak) 미국 대북특별부대표와북핵차석대표 협의를 갖고, 지난주 한·미 외교장관회담, 북핵수석대표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외교부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농업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8기 7차) 2월 하순 개최, 열병식 준비 동향 등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며 "양측은 북한이 날로 악화되는 식량·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과 전시성 대규모 동원 행사에 재원을 탕진하고 있는 것을 개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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