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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띄우며 "잠 그립다"는 김정은…이상한 오른쪽 손목 포착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열병식에 앞선 식전행사에서 손목을 뒤틀어 짚고 앉은 장면이 목격됐다. 부자연스러운 자세 때문에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과거 압박 붕대를 손목에 감거나, 손목 부위에 수술 자국으로 추정하는 '검은점'이 보였던 적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앞서 진행된 식전행사를 귀빈실에서 시청하는 모습. 오른 손목을 뒤틀어 몸 방향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 메아리 유튜브 계정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앞서 진행된 식전행사를 귀빈실에서 시청하는 모습. 오른 손목을 뒤틀어 몸 방향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 메아리 유튜브 계정 캡처

계속 목격되는 비정상적 자세 왜?

중앙일보가 1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열병식 녹화중계 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은 지난 8일 귀빈실에서 앉아 식전행사를 관람하며 측근들과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목을 비정상적일 정도로 꺾고 손등으로 몸을 짚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앞서 귀빈실에서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오른 손목을 뒤틀어 몸 방향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 메아리 유튜브 계정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앞서 귀빈실에서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오른 손목을 뒤틀어 몸 방향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 메아리 유튜브 계정 캡처

김정은은 2016년에도 왼쪽 손목을 뒤틀어 탁자 바닥을 누른 채 공개 일정을 수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본지 2016년 1월 13일 기사 참조) 특히 당시 김정은의 비정상적 자세가 보이기 직전 왼쪽 손목에 압박 붕대 또는 치료용 밴드로 보이는 것을 붙인 모습이 포착되면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집권 초기 90㎏가량이던 김정은의 체중은 140㎏까지 급격하게 불어났다. 여기에 나이 많은 참모들을 앞에 두고도 담배를 놓지 않는 등의 생활 습관으로 당뇨 등 질환을 얻었고, 이 영향으로 손목 관절에 이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이번엔 오른쪽…"건강 이상 특정 어렵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1월 '수소탄 시험 성공' 핵과학자 등에 대한 '당 및 국가 표창' 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왼쪽 손목을 뒤틀어 탁자를 누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1월 '수소탄 시험 성공' 핵과학자 등에 대한 '당 및 국가 표창' 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왼쪽 손목을 뒤틀어 탁자를 누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동신문, 뉴스1

이번 열병식 영상에서 김정은이 이상하게 꺾은 손목은 과거 불편해 보였던 왼쪽과 다른 오른쪽이다.

익명을 원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손등을 바닥 쪽으로 누르는 자세와 관련, "외측 상과염이나 손목 병변이 걸리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김정은처럼 손목을 스트레칭한다"면서도 "영상으로만 봐서 건강 상 이상이 있는지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순한 습관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극비'로 관리하는 김정은 신변

이른바 '유일지배체제'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은 정권의 존속과 직결된 문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 11월 원산 구두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그의 왼쪽 손목에서 압박 붕대로 추정되는 것이 포착됐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 11월 원산 구두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그의 왼쪽 손목에서 압박 붕대로 추정되는 것이 포착됐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의 유고 등 신변 이상은 북한 정권의 존립이나 내부 정치, 인접 국가들과의 관계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관심 사안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의 잠행이 길어지거나 북한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건강과 관련한 작은 단서라도 나오면 '건강 이상설'로 점화됐다가 다시 사그라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앞두고 10대 초반의 딸 김주애를 공개 석상에 내보내면서 김정은의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상태다. 김정은의 의도와 무관하게 공개석상에 자녀를 공개한 것 자체가 후계구도와 연관해 해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 뒤의 딸 김주애 집중 조명하는 카메라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 뒤의 딸 김주애 집중 조명하는 카메라 장면. 연합뉴스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데뷔한 이후인 지난달 10일 '위대한 당이 우리를 향도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늘 두 가지 그리움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잘사는 '공산주의 이상향'을 하루빨리 보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잠"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했다. "잠이 정말 그립다"는 말도 보도됐는데, 표면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는 내용이지만, 정보당국은 이를 김정은의 '불면' 가능성과 건강 이상의 조짐이란 관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무리한 등판'의 흔적도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처음 제기된 건 집권 초기인 2014년 가을이었다. 김정은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왼쪽 발목의 복사뼈에 물혹이 생겨 붓고 통증이 심해지자 9월 초에서 10월 초 유럽 전문의를 북한으로 초청해 수술했다"며 "고도 비만에다 지나칠 정도로 흡연하고 있어 재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김정은 국무위원자이 2014년 10월 잠적 40일만에 나타나 지팡이를 들고 등장해 평양의 위성과학자 주택지구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김정은 국무위원자이 2014년 10월 잠적 40일만에 나타나 지팡이를 들고 등장해 평양의 위성과학자 주택지구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은 건강 이상설이 퍼지자 40일 만에 지팡이를 짚고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했다. 자신의 건강 이상설로 인한 북한 내외부의 우려를 조속히 종식하려고 무리한 '조기 등판'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2020년 5월에도 공개활동을 중단했는데, 이때는 김정은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대화 국면이 2019년 '하노이 노딜'로 완전히 뒤바뀐 상황과 겹치며 '김정은 유고설'까지 돌았다.

그러자 김정은은 20일 만에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당시 그의 오른쪽 손목에는 이전에 없던 검은색의 점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선 김정은은 잠행기간 심혈관계 시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의료 전문가들을 인용해 "요골동맥을 통한 스텐트 삽입 시 생기는 흔적과 흡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른쪽 손목에서 포착된 어두운색 반점의 모습. NK뉴스는 2020년 5월 당시 의료 전문가들을 인용해 심혈관계 시술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른쪽 손목에서 포착된 어두운색 반점의 모습. NK뉴스는 2020년 5월 당시 의료 전문가들을 인용해 심혈관계 시술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스1

"美, 김정은 생체정보 확보했을 것"

이 때문에 북한도 김정은의 건강 정보에는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김정은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김정은의 수행단이 직접 숙소 내 쓰레기통은 물론 김정은이 사용했던 모든 집기류에서 그의 체액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등 혹시 모를 생체정보의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한다.

2018년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 마련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할 책상과 의자에 북측 경호원들이 분무기를 활용해 소독약을 뿌리고 닦아내고 있다. 또 다른 경호원은 도청장치 검색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 마련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할 책상과 의자에 북측 경호원들이 분무기를 활용해 소독약을 뿌리고 닦아내고 있다. 또 다른 경호원은 도청장치 검색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와 관련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의 철저한 대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문, DNA 샘플, 호흡 등과 같은 생체정보를 상당 부분 확보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며 "이 때문에 그의 건강상태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도 최근 저서 『김정은과 김여정』에서 "김정은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정황증거는 있지만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의 건강상태를 살피려는 각국의 정보수집 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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