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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다 느닷없이 서울광장에 설치"…분향소 철거 시한 1주일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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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4일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철거 기한을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 문제를 다른 사안처럼 다루진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전날 유족 측에 2차 계고장을 전달해서 ‘8일 오후 1시’를 자진철거 기한으로 했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15일 오후 1시’까지로 연장했다.

서울시는 앞서 시가 제안했던 서울지하철 녹사평역 내 추모 공간 조성과 관련해 유족 측이 선호하지 않는다면 그 대안을 알려 달라고 했다. 오 부시장은 “녹사평역 외 선호하는 추모 공간을 유족 측이 제안해준다면 검토하겠다”며 "오는 12일까지 알려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다만 오 부시장은 “서울광장 내 상설 추모 시설물(설치)은 시민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에서 기동대를 비롯한 경찰 인력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에서 기동대를 비롯한 경찰 인력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유족 측, 이태원 인근에 설치 요구"

오 부시장은 지금까지 유족 측과 나눴던 추모 공간 조성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오 부시장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6일 유족에 서울시 무교청사 3층을 임시 소통 공간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유족은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인근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에 있는 공공건물’을 추모·소통 공간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녹사평역도 유족 측이 먼저 제안한 장소 중 한 곳이란 게 오 부시장 설명이다.

오 부시장은 “유족 측은 구체적으로 용산구청 내부와 녹사평역을 요구했다”며 “용산구청은 적절한 장소가 없었고, 가장 안정되고 시설이 잘돼 있는 녹사평역사 내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족 측도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소통 없이 추모 공간을 기습적으로 무단·불법 설치했다”며 “(참사) 100일 추모제를 기점으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건 굉장히 당황스러우며 그 이유가, 배경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족이 녹사평역 제안” vs “임시 장소”

‘유족을 지하에 박아 놓으려 한다’는 유족 측 주장도 반박했다. 오 부시장은 “(녹사평역 내부에 대해) 지하 공간으로 호도하면서 어둠의 공간인 양 말하지만, 열차를 타는 플랫폼 광장의 공간”이라며 “유족 측에서도 최초로 검토를 요청한 공간 중 하나이기에 지속해서 논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녹사평역은 지난해 12월 유족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임시로 논의됐던 장소”라며 “유족이 고려하는, 상징적인 추모 공간의 결정지로 녹사평역이 논의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지난 6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및 유족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전달한 분향소 강제 철거 2차 계고장을 거부하며 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및 유족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전달한 분향소 강제 철거 2차 계고장을 거부하며 밟고 있다. 연합뉴스

“단호하게 대처” vs “후안무치 태도”

오 부시장은 서울광장 분향소는 ‘불법’임을 재차 강조했다. 오 부시장은 “서울시민 광장 무단 설치물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광장을 불법 점거하고, (시설물) 설치를 허용하라는 것은 행정원칙상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후안무치식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녹사평역 지하 4층을 (공간으로) 던져주고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협의라고 한다”며 서울시와의 소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과 시민의 힘으로 세운 시청 분향소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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