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00일…“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vs “결사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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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째인 5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째인 5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100일째인 5일 유가족과 서울시가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를 두고 대치했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유족 측은 철거를 시도할 경우 분신을 하겠다며 맞섰다.

유족 측은 하루 전인 4일 오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유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 등 1000여 명이 추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태원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 방면으로 향하던 중 서울광장에 멈춰 천막 설치를 강행했다. 경찰 3000명이 이를 막기 위해 투입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족 1명이 실신했다. 결국 서울시가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 기한을 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경찰 2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대책회의 측은 분향소 옆에 유족들의 심리 지원을 위한 천막 1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자진철거 시한(6일)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유족들은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00일 국회 추모제’에서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저희들은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이 아이들 따라갈 것이다. 죽을 것”이라며 “우리는 휘발유를 이미 준비해 놨다.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한 많은 카네이션과 많은 국화꽃(으로) 화려하게 분향소를 만들어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공식 입장문에서 “이태원 참사 100일을 추모하고자 하는 유가족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행정집행 계획은 변함없다. 불법 시설물로 인한 안전 문제, 시민들 간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광장을 둘러싼 유족과 서울시 사이의 갈등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양상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참사 약 3개월 후인 2014년 7월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천막 3개를 설치했다. 당시 불법 논란이 있었지만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유족 지원을 위해 그늘 막 등 용도의 천막 11개를 추가로 설치하면서도, 2019년 천막을 자진 철거하기 전까지 하루에 약 6000원의 변상금을 유족 측에 부과해 징수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위해 2021년 서울시의회로 이전되기 전까지 세월호 천막과 추모공간은 7년간 광화문 광장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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