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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덮친 역대 최악 지진…튀르키예·시리아 1300명 이상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르키예(터키) 남부에서 6일(현지시간) 오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인접국 시리아와 통틀어 1300명 이상 사망했다. 규모 7.8은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1939년)과 동일한 위력이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고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일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형 지진으로 디야르바키르의 건물이 무너진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찾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형 지진으로 디야르바키르의 건물이 무너진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찾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전 4시 17분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 서쪽으로 약 37㎞ 떨어진 내륙에서 발생했다. 15분쯤 후엔 인근에서 규모 6.7의 여진이 발생했다. AFP통신은 최초 지진 이후 여진만 40여 차례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은 북위 37.20도, 동경 37.00도이며 발생 깊이는 24㎞로 관측됐다.

인구 213만명으로 튀르키예에서 여섯번째로 큰 도시인 가지안테프 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10층 넘는 고층건물 수채가 와르르 무너지고, 아스팔트 도로가 갈라져 아래로 꺼지는 등 지진 피해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한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시민들이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변을 당했다. 한 시민은 로이터 통신에 “40여년 사는 동안 이런 대형 지진은 처음”이라며 “사람들이 일제히 집 밖으로 뛰쳐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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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당국은 오후 1시까지 지진 사망자가 최소 912명, 부상자가 538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건물 2818채가 형체 없이 무너져 실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동남부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 당국은 알레포·하마·라타키아 등 정부 관할 지역에서 최소 326명이 숨지고, 1042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지진 피해 수습에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라고 주문했다.

인구 약 460만명의 시리아 북서부는 대부분 반군 통제 하에 있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트위터를 통해 반군 장악 지역에서 최소 147명이 사망하고 340명이 다쳤다고 했다. 다만 제대로 된 사상자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희생자는 이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시리아 남서쪽 국경과 인접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모하마드 엘 차마는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렸고 4~5분 동안 지속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도 한때 이 지진을 이유로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했다.

건물 붕괴 피해 발생 지역도 시리아 서부 하마·북부 알레포부터 튀르키예 디야르바크르까지 너비가 330㎞에 달했다. USGS는 “이번 지진은 약 3만명이 사망했던 지난 1939년 12월 튀르키예 북동부 에르진잔주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규모 7.8)과 같은 위력”이라고 전했다.

6일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대형 지진으로 인접국인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반군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시리아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위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대형 지진으로 인접국인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반군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시리아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위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련된 모든 부처와 응급대원들이 재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즉각 지원 입장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지진에 매우 우려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지원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영국·프랑스·이스라엘·네덜란드·스웨덴·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세르비아 등도 구호 지원을 약속했다.

유라시아판·아프리카판·아라비아판 사이에 낀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진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진대 중에서도 활동이 왕성한 ‘아나톨리안 단층대’ 위에 있어 국토의 42%가 지진대에 해당한다. CNN은 “최근 25년 동안 규모 7 이상 지진만 7차례에 달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지안테프는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위치해 있지만 북아나톨리아 단층대가 지나는 튀르키예 북서부에 비해 대규모 지진이 적었던 편이다. 애덤 파스칼 호주 지진연구소 수석과학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의 경계에서 발생한 규모 7 이상 지진은 기록상으로는 이번이 최초"라고 전했다. 1939년 강진은 이번 진앙에서 북동쪽으로 250㎞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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