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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왜 빈둥대냐, 날 속이냐" 새해 첫 내각서 분노 폭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왜 빈둥거리는 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 첫 내각회의에서 전투기와 민항기 계약 지연에 격노하며 담당자인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을 이같이 대놓고 질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화상으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에게 항공기 계약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격하게 질책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화상으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에게 항공기 계약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격하게 질책했다.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열린 화상 내각회의에서 만투로프 부총리에게 “항공기 주문 계약이 안 되고 있다.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며 “뭘 하고 있는 건가. 왜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에 만투로프 부총리가 60여대의 항공기 계약 현황 등을 밝히며 해명하려던 찰나, 푸틴 대통령은 그의 말을 자르며 “헬리콥터를 포함한 700여대의 항공기에 대한 계약을 국방부와 함께 정리해야 한다”며 “그런데 기업에선 아직 주문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 나를 속이는 건가”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내각회의에서 방위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를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관저에서 만투로프 부총리와 화상회의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내각회의에서 방위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를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관저에서 만투로프 부총리와 화상회의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던 만투로프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푸틴 대통령은 “데니스 발렌티노비치(만투로프 부총리 이름), 계약을 대체 언제 하나”라고 계속 쏘아붙였다. 이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나”라며 “(항공기 계약에 대해) 그저 최선만 하지 말고, 한 달 안에 끝내라”고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약 1분간 만투로프 부총리를 혹독하게 질책했고, 다른 12명 각료는 침묵하거나 서류 작업에 몰두한 척 고개를 숙였다. 이런 대화 내용을 담은 이번 회의 영상이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국영 매체를 통해 전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평소 냉정한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분노를 폭발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푸틴을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밀리는 와중에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계속 악화하면서 좌절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021년 7월 20일 러시아 주코프스키에서 열린 국제 항공 우주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021년 7월 20일 러시아 주코프스키에서 열린 국제 항공 우주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007년 공직에 입문한 만투로프 부총리는 2012년 산업통상부 장관에 임명돼 11년째 자리를 지킨 푸틴 대통령의 심복이다.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국내외 회담에선 푸틴 옆 자리에 앉은 그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그를 부총리로 올리며 러시아 방위산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지목했다. 만투로프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러시아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러나 만투로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사일·드론 등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각종 무기가 거의 바닥났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방 제재로 핵심부품을 수입할 수 없어 무기 생산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전투기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 국경 지역 등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종종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유지 및 보수하는 부품과 장비 부족을 꼽았다.

민항기에서도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9일에는 러시아 극동 북부에 위치한 마가단으로 향하던 한 항공기 뒷문이 갑자기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기내 수하물이 밖으로 휩쓸려 나가는 등 기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현지 언론은 비공식 부품이 장착된 잠금장치 오작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뿐만 아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 항공산업이 무너지면서 지난해에만 추락사고 28건을 포함해 130여건의 항공기 사고가 일어났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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