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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살인범 이번엔 잡아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화성에서 또 엽기적 살인사건이 발생,「얼굴 없는 살인마」의 공포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비슷한 지역 야산에서 86년 이후 9번째로 15일에는 14세 여중생이 무참히 폭행당하고 살해됐다. 한결같이 피해자는 여성으로 폭행당한 뒤 스타킹ㆍ팬티 등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으로 목졸려 숨지고,하의가 벗겨진 채 발견돼 보는이들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범행수법으로 미루어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범인은 4년여 동안이나 오리무중이다. 범인은 경찰의 시야에는 얼씬도 않은 채 희생자가 끊이지 않아 국민들의 경찰수사능력 불신은 갈수록 깊어가고,당해 지역주민의 그것은 경찰에 대한 분노로까지 번지는 우려할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변을 당한 김양의 아버지는 『그동안 동네 젊은이를 모두 다 끌어다 조사하고도 이런 일을 당하게 됐으니 경찰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88년 9월에 이어 같은 학교 여중생의 두 번째 희생이고 수사본부가 있는 경찰지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비웃듯 감쪽같이 저질러져 우리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경찰이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를 만들어 연 18만여 명을 동원하면서 범인을 추적했고,최근 2년여 동안 잠잠했기 때문에 통상적 순찰활동으로 그치고 있었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더구나 그동안 피해자의 사체가 늦게 발견돼 수사단서를 쫓기 어려웠고 인적 드문 야산에서 벌어져 목격자가 없을 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다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분석도 일리 있다.
현재로서는 성도착증 정신병자로밖에 볼 수 없는 범인의 한적한 야산범행을 더구나 오늘날처럼 지역을 넘나드는 범행이 얼마든지 가능한 범죄환경에서 쉽게 잡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해당지역 경찰의 범인 추적이 소홀했다고만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끔찍한 범행이 또 벌어졌고,피해지역 주민은 물론,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공포와 불안과 경찰에 대한 불신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해결에 경찰은 명예를 걸고 「범죄와의 전쟁」의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범죄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자는 것이 「전쟁」의 시작이고 끝이 아닌가.
경찰은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는데도 범인을 붙잡지 못할 때는 유사한 모방범죄가 나오게 되고 경찰력이 불신당할 때 민생치안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일찍 발견돼 몇 가지 수사상의 단서도 확보했다니 다시 한번 경찰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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