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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층 업은 사기행각의 책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권력층과의 연줄을 이용한 사기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민자당 소속 박철언 의원이 고문으로 있는 월계수회 산하 단체의 책임자가 고위층 인사와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행세하며 이권을 따주겠다고 접근해 7억원이 넘는 거액을 사취한 사건이 수원에서 발생했다.
이에 앞서 울산에서는 청와대 경호실 운전기사가 정치자금을 내면 국유지를 헐값에 불하해 주겠다고 속여 10억원을 받아 챙겼다가 구속된 일이 있었다.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긴 하나 지난 10월 부산에서는 이 지역 굴지의 폭력조직 우두머리 사무실에서 역시 모 여당 국회의원과 그 지역 기관장이었던 인사의 명의로 된 감사패가 발견돼 의혹을 불러 일으킨 일이 있다.
지금 한창 검찰과 경찰 사이에 전과기록 누락의 책임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인천의 폭력조직 「꼴망파」 우두머리에 대한 구명운동에도 여당 국회의원이 개입된 혐의가 안 풀린 채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폭력배들이 권력층 인사들을 팔아 어떤 사기극을 벌였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적발된 바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일상적으로 저질렀을 각종 크고 작은 폭력과 이권개입에 이 「유력인사」들이 후광으로 이용됐을 개연성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는 이들 사기꾼이나 폭력조직의 범죄적 행태를 질타하기에 앞서 이런 터무니없는 사기나 공갈이 거리낌없이 통용되는 세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고 차근차근히 부를 축적하면서 순리적인 삶을 영위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대부분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불법ㆍ부정한 수단을 써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일확천금을 해보겠다는 졸부적 탐욕에 혈안이 돼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탐욕을 이용해서 이들을 등치는 자들이 바로 사기꾼이며,사기꾼들이 권력층과의 연줄을 과시하는 것은 아직도 권력이 안 될 일을 되게 하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조직이 「애국」을 앞세우며 설친 대가로 권력층의 감사패나 받고 유력인사와 사진을 찍는 것도 그 폭력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일 뿐이다. 이러한 사기와 공갈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국민 각자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성실한 삶을 추구하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른바 권력층이나 유력인사들의 책임도 크다. 권력층의 연줄만 잡으면 이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일반적 인식을 갖게 한 것은 바로 권력층이 그런 부정과 불법에 관여하고,그 실적이 주변에서 실제로 목격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증가일로에 있는 공직자의 부정 사례가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정 권력층과 폭력 조직이 상호 공생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가 하는 국민의 의혹 또한 지난날 각종 정치적 행사나 사건에 폭력조직이 동원됐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층 인사들의 사고의 개혁과 하부조직의 철저한 관리가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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