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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호수 수위 낮추니, 수질 좋아졌다…4대 강도 적용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 직원과 인근 주민들이 지난 2020년 10월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 일대에서 녹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 직원과 인근 주민들이 지난 2020년 10월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 일대에서 녹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심이 얕고 부(富)영양화된 호수에서 물을 빼 수위를 낮추면 저층의 산소 고갈 현상이 사라지고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일본에서 발표됐다.

남세균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는 낙동강 등에서도 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면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담수 생물학(Freshwater Biology)'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얕은 부영양 호수에서 수위를 낮추는 실험을 한 결과, 수질이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수영장 같은 인공 연못에서 실험

일본 가스미가우라 호수 [위키피디아]

일본 가스미가우라 호수 [위키피디아]

일본 국립환경연구소의 호수 수위 조절 실험시설.[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일본 국립환경연구소의 호수 수위 조절 실험시설.[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연구팀은 도쿄 동북쪽 이바라키 현과 지바 현 사이에 위치한 가스미가우라(霞ケ浦) 호수 인근의 국립환경연구소 수질측정소에서 실험했다.

측정소 구내에는 길이 30m, 폭 10m, 깊이 4m의 야외수영장 형태의 인공 연못 두 개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바닥에는 가스미가우라 호수에서 1980~90년대에 여러 차례 떠다 넣은 퇴적토가 30㎝가량 쌓여 있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봄 여기에 가스미가우라 호수에서 새로 떠온 퇴적토를 2~3㎝ 두께로 덮었고, 모래로 여과한 호숫물을 수심 2.5m 높이로 채웠다.

연구팀은 우선 지난해 5월 28일부터 7월 20일 사이 연못에 영양분, 즉 비료 성분을 계속 투여해 인위적으로 부영양화시켰다.

그 결과, 두 연못 모두 남세균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녹조가 발생했다.
남세균을 포함한 여러 식물플랑크톤이 가진 엽록소a와 더불어 남세균 특유의 광합성 색소인 피코시아닌 농도도 치솟았다.

성층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저층수에서는 용존산소(DO) 농도는 점차 감소해 7월 초에는 저층의 저산소 현상이 나타났다.

수위 낮추자 성층화 사라져

인공 연못 수위 조절 실험, 파란색 화살표가 수위를 낮춘 시점을 말한다. [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인공 연못 수위 조절 실험, 파란색 화살표가 수위를 낮춘 시점을 말한다. [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연구팀은 두 번째 단계로 지난해 7월 20일부터 8월 30일 사이에는 두 개 연못 가운데 하나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수질을 관측했다.
전기 펌프로 물을 빼는 방식으로 7~12일 간격으로 네 차례 약 0.5m씩 낮췄다.

수위를 유지한 연못(대조 연못)에서는 성층화 현상과 녹조, 저층 저산소 상태가 유지됐지만, 수위를 낮춘 연못(실험 연못)에서는 저산소 상태가 사라졌다.

실험 연못에서는 엽록소a 농도가 약간 감소했고, 남세균 특유의 피코시아닌은 최대 46%까지 감소했다.

인공 연못에서 수위를 낮춘 결과(붉은색 실험연못) 저층 용존산소가 다시 증가했고, 남세균 특유의 광합성 색소인 피코시아닌 농도는 낮게 유지됐다. [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인공 연못에서 수위를 낮춘 결과(붉은색 실험연못) 저층 용존산소가 다시 증가했고, 남세균 특유의 광합성 색소인 피코시아닌 농도는 낮게 유지됐다. [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실험 종료 후 대조 연못의 퇴적토는 무산소 상태임을 나타내는 검은색이었고, 실험 연못의 퇴적토 표면은 갈색으로 산소가 풍부함을 나타냈다.

실험 연못에서는 퇴적물의 공극수(퇴적물 입자 사이 빈 곳을 채우는 물)에서의 암모니아와 인산염 농도가 낮았는데, 연구팀은 수위 저하로 인해 퇴적물에서 수층으로 영양분이 방출되는 것이 억제된 것으로 해석했다.

낮은 수위 남세균에 불리 

퇴적토 상태. 왼쪽 대조연못에서 채취한 퇴적토는 검정색으로 산소가 고갈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오른쪽 수위를 낮춘 실험연못의 퇴적토 표면은 갈색으로 산소와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퇴적토 상태. 왼쪽 대조연못에서 채취한 퇴적토는 검정색으로 산소가 고갈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오른쪽 수위를 낮춘 실험연못의 퇴적토 표면은 갈색으로 산소와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 Freshwater Biology, 2022]

연구팀은 "부영양화로 인해 나타나는 두 가지 문제, 즉 남세균 녹조와 저산소 현상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수위를 낮추는 것이 얕은 호수의 수질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세균 녹조는 남세균 사체가 바닥에 가라앉아 썩는 과정에서 저층의 저산소 상태를 유발하고, 저층의 저산소 상태는 퇴적토 영양분을 방출시켜 다시 남세균 녹조를 유발할 수 있다.

수위를 낮추면 바닥 가까운 곳까지 빛이 더 많이 도달하고, 표층수와 저층수 사이의 수온 차이가 줄어들면서 성층화 현상이 사라지고, 수층의 완전한 대류 혼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표층수의 높은 산소 농도가 저층수까지 도달, 저산소 현상을 없애고 퇴적토에서 영양분이 녹아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피코시아닌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수위 감소가 남세균에겐 불리하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남세균은 수층이 성층화돼 안정된 상태일 때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홍수조절과 수질 개선 윈-원 전략

지난 1월 수문 개방으로 모래톱이 드러난 낙동강 합천창녕보. 강찬수 기자

지난 1월 수문 개방으로 모래톱이 드러난 낙동강 합천창녕보. 강찬수 기자

연구팀은 "일시적으로 수층이 혼합될 수 있는 범위까지 수위를 낮추는 것(이 실험에서는 20~40%의 수위 감소)이 얕은 호수에서 여름 수질을 복원하는 데 유용한 관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수위 조절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는 것은 이행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들고, 짧은 시간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수위 저하는 물 공급·수요와 관련해 갈등을 빚을 수 있는데, 수자원 수요와 수질 관리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수질 개선을 위한 수위 저하를 홍수 대비 전략에 포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여름 장마철이나 초가을 태풍철 홍수에 대비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남세균 녹조 방지를 위해 수위를 낮게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후변화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강수 현상뿐만 아니라 남세균 녹조의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수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윈(Win)-윈(Win) 관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다만 수위를 다시 올렸을 때 수위저감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호수 수위를 갑작스럽게 낮출 때 하류에서 홍수가 발생하거나 배출된 남세균 녹조로 인해 수질이 악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슷한 조건 4대강에도 적용 가능

2018년 5월 수문을 전면개방한 금강의 세종보 상류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2018년 5월 수문을 전면개방한 금강의 세종보 상류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같은 일본 국립환경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국내 4대강 보 관리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장마·태풍 등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고, 4대강 보가 수심이 최대 6m인 얕은 부영양화 호수이고, 남세균 녹조 발생이 잦고 저층에서는 무산소 상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4대강 보의 수문을 탄력적인 이용, 수위를 적절히 조절한다면 수자원 이용과 수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 건설로 인해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이 남세균 녹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수위를 낮춰 저수량이 줄면 체류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등지에서 실시한 4대강 수문 개방 실험에서 수질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2021년 8월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2021년 8월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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