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8개의 보가 건설되면서 강물이 정체된 낙동강에서는 매년 여름 성층화 현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가 더 심하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성층화는 여름철 호수에서 더운 표층수와 차가운 저층수가 층을 이루고 서로 섞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성층화가 나타난 호수의 저층에서는 산소가 고갈되면서 물고기가 죽거나 인(燐)과 같은 영양물질이 녹아 나오기도 한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팀은 최근 '생물지구과학( Biogeoscience)'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낙동강에 여름철 성층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남세균의 성장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층화 현상이 일어나고 수층이 안정화하면 녹조류·규조류 등 다른 식물플랑크톤은 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에 비해 부력을 가진 남세균(남조류)은 수직으로, 즉 상하로 이동할 수 있어 낮 동안 광합성을 하고 번식할 수 있다. 경쟁에서 유리해진 남세균이 크게 증식, 대발생하면 녹조(綠潮)가 된다.
여름철 낙동강 성층화 현상 뚜렷
연구팀은 경남 창녕군 대합면과 창녕군 길곡면, 부산 북구 금곡동 등 낙동강 3개 지점에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총 5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때는 수심 1m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수심별 수온을 바탕으로 ▶상대적 수층 안정성(relative water column stability) ▶슈미트 안정성(Schmidt stability) ▶최대 온도 구배(maximum temperature gradien) 등 3개의 지표를 계산, 수층의 성층화가 얼마나 강하게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여름철 낙동강은 호수에 비해 강하지는 않았지만, 3개 지점 모두에서 성층화 현상을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바다와 호수 등에서 수심 1m마다 수온이 1도 정도 변화하는데, 낙동강에서는 그보다 훨씬 급하게 수온이 변하는 층이 확인됐다. 수온약층(水溫躍層, thermocline)이 관찰된 것이다.
수온약층은 물리적 장벽으로 작용해 위의 물과 아래의 물이 서로 섞이지 않게 만든다.
특히, 창녕군의 2개 지점에서는 여름철 성층화 강도가 세 지표 모두에서 임계치를 초과할 정도로 성층화 현상이 뚜렷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들 2개 지점에서 24시간 동안 3시간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한 하루 주기 조사도 진행했다.
하루 주기 조사에서 창녕 대합면 지점은 수심이 6m, 길곡면 지점은 수심이 12m가 넘었는데, 각각 수심 3~4m에서 수온약층이 나타났다.
그러나 호수와는 달리 낙동강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 유속이 빨라지면 성층화 현상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를 주기로 봤을 때 밤에는 성층화 강도가 약해지고(수온약층의 두께도 얇아지고), 수온약층의 위치도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성층화와 관련해 식물플랑크톤의 수직 분포를 조사했다.
여름철 수심 0.5m에서 채취한 시료의 남세균(마이크로시스티스) 세포 수를 보면, 대합면 지점에서는 mL당 22만5500개였고, 길곡면 지점은 5만4400개였다. 성층화가 나타난 이들 지점의 표층수에는 수층 전체 세포 수의 84~95%가 몰려 있었다.
이에 비해 성층화가 일어나지 않은 금곡동 지점은 남세균 세포 수도 mL당 1만200개로 낮았고, 표층에 축적된 비율도 51%로 낮았다.
남세균 부력 이용해 수층 상하 이동
연구팀은 "남세균 중에서도 유해한 종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 2종( Microcystis wesenbergii와 M. aeruginosa)이 표층수에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름철 성층화에 의해 세포 축적이 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낙동강은 물론 국내외 호수에서 가장 흔하게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이다. 남세균은 세포 내에 가스가 든 작은 주머니(vacuole)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 부력을 얻는다. 하루를 주기로 어떤 시간에, 어떤 깊이에 머물 것인지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녹조류나 규조류는 자체적으로 떠오를 수 없어 수층의 교란이 일어나야 표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여름철 수층이 성층화하고, 수면이 조용하면 이들 녹조류·규조류는 바닥으로 가라앉는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일단 성층화가 발생하면 표층수에서 남세균을 유지하고 대발생(녹조) 강도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사량이 늘고 기온이 높아지면 성층화가 강해지고, 하천 유량이 늘어나면 성층화 강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억제인자(하천 유량 증가)가 없을 경우 여름철 성층화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정은송 연구원은 "(보에서 흘려보낼 수 있는) 환경용수 수량에 한계가 있으므로, 성층화 예측을 통해 성층화가 심각하게 발생한 기간·구간에 유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해 성층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 중류 올해 첫 녹조 발생
대구환경운동연합은 12일 성명에서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과 죽곡취수장 앞에서 지난 11일 올해 들어 첫 녹조가 관측됐는데, 녹조는 무더위와 함께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이런 녹조 강물로 농사지으면 농작물에 녹조 독소가 축적되고, 농작물을 먹는 사람도 녹조 독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환경연합은 "하루빨리 예산을 마련해 취·양수장의 구조개선 사업을 완료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