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치르고 얻은 한국안보 자주화/한미안보회의 뭘 주고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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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전위대표 교체」등은 성과/“원칙적 합의 알맹이 적다” 지적도
15일 끝난 제2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는 한마디로 한국이 경제적 부담을 더 지면서 「안보 자주화」의 길로 들어서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측이 거둔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한미 연합사의 지상군 구성군사령관과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자리를 92년까지는 한국군 장성으로 교체키로 한 합의다.
93년부터 시작되는 주한미군의 2단계 감축규모 및 시기ㆍ방법 등을 1차 때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측이 먼저 안을 제시,이를 바탕으로 협의키로 한 것도 수확의 하나다.
이번 회의에서 이같은 상징적 수확외에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면 군수협력 부문이다.
우리측은 첫날 열린 군수협력위에서 현재 추진중인 양국간 탄약현대화협정을 95년까지 연장키로 하고 국내 방산업체의 가동률 향상과 공동생산 확대 및 기술개발 도입,생산장비의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미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미측의 약속을 받아냈고 1백55㎜ 자주포의 생산물량 증가를 위한 양해각서에 합의서명했다.
또 국내 생산되는 방산품목의 제3국 수출시 ▲수출 때마다 미 정부에 요청토록 돼 있는 동의절차를 동일국가ㆍ동일품목일 경우 1회 승인으로 끝내도록 하고 ▲구매국의 제3국 불판매보증서를 한국정부에서 받아 첨부토록 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국제적으로 수요가 많은 8개 수출불가품목 중 기술이 보편화된 M60기관총과 대인지뢰를 불가품목에서 제외키로 한 것도 방산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수확이 있은 반면 우리측이 미국에 준 가장 큰 것은 방위분담금 증액.
미국측이 증액을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전쟁예비물자의 저장관리 ▲연합방위력증강사업(CDIP) ▲연합통신 시설을 비롯한 군사건설사업 등 부문의 직접 지원비를 올해의 7천만달러에서 내년도에는 8천만달러가 는 1억5천만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미국측은 그동안 직접 지원비를 2억9천3백만달러 수준으로 요구해왔으나 이번 회의에서 요구액의 50% 수준으로 최종매듭을 지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측은 미측의 요구에 대해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줄 것은 준다」는 입장을 취했고 앞으로 방위분담금 문제를 우리측이 주도해나가기로 한 것도 큰 자세의 변화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양국은 「방위비 분담에 관한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운영키로 합의해 내년부터는 우리측이 제시한 적정수준의 분담액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기브 앤드 테이크」식으로 순조롭게 진행된 반면 원칙적이고 상징적인 것외에 실질에선 별달리 큰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상군 구성군사령관과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자리 등이 상징성이 많은 데다 이미 예정됐던 사항들이고 기타 군수분야 수확들도 규모면에서 작고 미국측으로서도 ▲방위분담금 증액 ▲전시주류국지원협정(WHNS) 체결 ▲차세대전투기사업 및 대잠초계기 판매문제 확정 등 크게 세가지 요구조건 중 두 가지를 해결 못한 채 넘겼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년 간 끌어온 전시주류국지원협정의 경우 이번 회의에서 체결이 유력시됐으나 우리측이 막바지에 국회동의 등 내부절차 문제를 내세워 가서명조차 미루었고 차세대전투기사업 등에 대해서는 실무회의에서 미측이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했을 뿐 장관끼리의 단독회담에서는 거론조차 안됐다.
여기에다 미측이 방위비 분담금에 주한미군 한국인 종사자들의 인건비 등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한미행협(SOFA) 규정 개정문제와 결부시키는 바람에 다른 항목으로 대체 돼 다음 회의로 넘긴 것도 풀지 못한 과제다.<워싱턴=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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