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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처럼…모로코, 아프리카 최초 ‘4강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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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카타르월드컵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로코 선수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처럼 선수 11명이 똘똘 뭉쳐 강호 포르투갈을 이겼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월드컵 4강에 오른 건 모로코가 처음이다. [AP=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로코 선수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처럼 선수 11명이 똘똘 뭉쳐 강호 포르투갈을 이겼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월드컵 4강에 오른 건 모로코가 처음이다. [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는 유럽 남부 이베리아 반도와 맞닿아 있다. 스페인 최남단의 영국령 지브롤터 해협 맞은편이다.

지정학적 위치 탓에 제국주의 시대 열강의 침탈에 시달렸다. 모로코 최대 도시이자 세계적인 관광지 카사블랑카는 1515년 이 지역을 점령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무역 거점으로 삼기 위해 만든 도시다. 1860년엔 스페인의 공격을 받고 와드라스 조약을 맺어 국가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빼앗겼다. 1912년에는 다시 프랑스의 보호령이 됐다. 모로코는 1921년 독립전쟁을 일으켰지만 프랑스-스페인 연합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가로막혔다. 독립국 지위를 되찾은 건 1956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모로코가 카타르월드컵에서 축구를 통해 아픈 역사를 설욕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벨기에(2위)와 크로아티아(12위)를 제치고 F조 1위로 16강에 오른 건 서막에 불과했다. 16강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무적함대’ 스페인(7위)을 꺾은 데 이어 11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선 또 다른 거함 포르투갈(9위)을 1-0으로 무너뜨렸다. 전반 42분 유시프 누사이리(25·세비야)가 머리로 터뜨린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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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의 두 강자를 잇달아 꺾은 모로코는 월드컵 도전사를 다시 썼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본선 무대를 다시 밟자마자 곧장 4강까지 치고 올라갔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월드컵 4강에 오른 건 모로코가 처음이다.

모로코의 플레이스타일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과 닮았다. 월드클래스 선수 없이 그라운드에 오른 11명이 똘똘 뭉쳐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 포르투갈에 맞섰다. 수비 지역에서 간격을 좁혀 방어하다 볼을 잡으면 과감한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패스 횟수(229개-678개)와 볼 점유율(23%-61%) 등 주요 지표에서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슈팅 수와 유효슈팅 수는 각각 9-11과 3-3으로 대등했다.

모로코는 특히 대표 선수 26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귀화 선수다. 대다수가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다. 로맹 사이스, 소피앙 부팔(이상 프랑스), 소피앙 암라바트(네덜란드), 무니르 모하메디(스페인), 아나스 자루리(벨기에), 압델하미드 사비리(독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자라난 선수들이 모였다. 이번 대회 내내 뛰어난 선방을 펼친 골키퍼 야신 부누는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모로코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겨우 2명에 불과하다.

2022 카타르월드컵 대진표

2022 카타르월드컵 대진표

공교롭게도 모로코의 4강 상대는 ‘레블뢰 군단’ 프랑스(4위)다. 아랍 국가인 모로코는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아랍어, 베르베르어와 함께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쓴다. 1956년 독립 직전까지 모로코를 지배한 프랑스를 상대로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맞대결을 치른다.

모로코가 또 한 번의 기적을 완성하려면 프랑스가 자랑하는 공격수들을 꽁꽁 묶어야 한다. 득점 선두(5골) 킬리안 음바페(24·파리생제르맹)와 4골을 뽑아낸 지루는 일대일 수비로 막아내기 힘든 톱클래스 킬러들이다. 모로코 특유의 조직적인 대응이 필수다. 모로코와 프랑스의 4강 외나무다리 승부는 15일 오전 4시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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