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팬클럽 vs 정치세력' 분열 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노무현 대통령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 간의 비공개 간담회 발언을 몰래 녹음한 장본인이 김병천 현 노사모 대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사모가 심각한 내분에 빠졌다고 조선일보가 20일 전했다. 이 내용도 노사모의 '톱니'라는 아이디를 쓰는 회원에 의해 폭로됐다.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18 ̄19일 수백 건의 글이 올라왔지만, 회원 상호간에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일부 글은 심각한 욕설 때문에 운영진이 급히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김 대표의 사퇴 촉구 의견이 많았지만, "노사모를 붕괴시키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열린 '안티조선' 마라톤 대회 때 일부 회원 간에 폭력사태가 벌어졌고, 명계남씨 등이 지난달 16일 '안티조선' 골프대회라는 명목으로 라운딩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회원들은 사적인 내용이 담긴 이메일까지 공개하면서, 서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다투기도 했다.

김 대표와 노혜경 전 대표 등은 서로 전화를 하면서 대책을 논의했고, 노사모 운영진은 19일 밤 긴급 온라인 회의도 열었다.

이 같은 노사모의 내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노사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 노사모 운영진은 "팬클럽으로 남겠다"며 노사모 폐지에 반대했던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본격적 정치활동을 원했던 회원들은 2004년부터 '국참연', '참정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열린우리당에 참여했다. '국참연'은 정동영 전 의장과, '참정연'은 유시민 장관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사모 핵심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참여, 지지 정치인 등을 둘러싼 노선의 차이 때문에 2002년의 노사모는 해체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은 이번 폭로의 당사자가 국참연 소속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현 노사모 운영진은 '노무현이즘'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광신도들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다른 생각을 가진 노사모 회원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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